4월말∼5월초 채집모기 예년比 4배
4월초 이상고온때 대량 번식 추정
마트에선 모기 퇴치제품 판매 급증

서울 상도동에 사는 주부 김선(48)씨는 요새 밤이 두렵다.

잠자리에 들기 전 온 집안에 모기약을 뿌리지만 몸 곳곳을 물어대는 모기 때문에 잠을 설치고 모기약을 다시 뿌려야 하는 일이 거의 매일 밤 반복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집이 아파트 5층인데 (모기가) 어디로 들어오는지 매일 밤 극성을 부린다"며 "우리 집 근처에 숲이 우거져 예년에도 여름에 모기가 많은 편이긴 하지만 올해는 모기 출현 시점이 예년보다 한 달 반 정도 앞당겨진 것 같다"고 전했다.

길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임채용(57)씨는 방충망 설치를 늦춘 것을 후회하고 있다.

그는 "6월이나 돼야 모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최근 집에 모기가 너무 많다"며 "여기저기 물린 데도 많고, 앵앵거리는 소리 때문에 잠을 청하기 힘들어 빨리 창문에 방충망을 설치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예년보다 훨씬 이른 지난 4월 말부터 서울 시내 곳곳에서 모기가 극성을 부리면서 시민들이 고통과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1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의 모기 탐지 사이트 38곳에서 채집된 모기의 수는 300여마리였다.

이는 최근 5년 동안의 동기간 평균인 70여마리의 4배가량에 달한다.

이처럼 모기가 급증한 원인은 4월10일을 전후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 최고기온이 25도를 넘는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 시기에 모기가 대량 번식한 것이 전국적인 `모기 대란'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날씨가 습하고 더울 때 모기가 알을 많이 낳고 2주가 지나면 왕성하게 활동한다"고 설명했다.

모기가 일찌감치 봄철부터 기승을 부리다 보니 모기 관련 제품 판매도 급증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달 1∼17일 에어로졸, 액체 모기약, 에어매트, 모기향 등 모기 관련 제품 판매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9%나 늘어났고, 10여개 품목이 전시돼 있는 모기장의 경우 40%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마트는 이달 들어 모기약과 모기장 판매가 작년보다 각각 34%, 23% 늘어나자 작년보다 1주일 앞당긴 지난 주말부터 전국 122개 점포에서 모기약 특설판매대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아무래도 이상 고온현상이 이어지며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시기도 빨라지면서 시민들이 모기 관련 제품을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임형섭 기자 min76@yna.co.kr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