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인플루엔자(신종 플루) 감염 공포가 일본 열도를 뒤덮으면서 전 세계적인 바이러스 대유행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일본에선 감염자 수가 순식간에 170명을 넘었고 학교 4000여곳이 휴교하는 등 일부 도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또 세계적으로 감염자가 1만명에 육박하면서 신종 플루가 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총회(WHA)에선 백신 개발과 보급 등 신종 플루 관련 대책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2주일 넘게 추가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국내에선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던 도중 신종 플루 추정 환자로 진단됐던 베트남 여성(22)이 정밀검사 결과 신종 플루에 감염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이 여성이 정식 입국 절차를 밟아 국내 병원에 격리됨에 따라 이 여성은 한국에서 발생한 네 번째 감염자로 간주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베트남 여성과 비행기 안에서 반경 2m 이내에 앉았던 19명(내국인 13명) 중 17명에게 9일간(잠복 기간) 자택 격리 및 치료제 투여 조치를 취했다.

한편 이날 제주공항으로 입국하다 신종 플루 의심 증상을 보여 격리 조치됐던 60대 일본인 여성은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1차 판정됐다. 제주도는 국립제주검역소가 섭씨 37.9~38.1도의 고열과 콧물,코막힘 등의 증세를 보인 이 여성의 가검물을 제주도 환경자원연구원에 보내 바이러스를 분리하는 간이검사(PCR)를 실시한 결과 음성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검역당국은 그러나 이 여성을 검역소 휴게실에 계속 격리하며 2차 간이검사를 실시,그 결과도 음성으로 나올 경우에는 격리조치를 해제할 방침이다. 이 여성은 이날 오전 11시10분 일본 오사카발 대한항공편에 탑승해 제주에 들어와 21일까지 관광에 나설 예정이었다.

일본에선 고베와 오사카 등 간사이 지방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확산돼 19일 오후 현재 확인된 감염자는 174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신종 플루의 확산이 최근 경기회복 조짐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선 뉴욕이 신종 플루의 '약한 고리'로 지목되며 휴교에 들어간 학교 수가 17개로 늘었다. 특히 한인 밀집지역 학교들이 대거 휴교에 들어가면서 한인 감염자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신종 플루 감염자는 98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79명에 이르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선 193개국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제62차 WHA가 개막돼 신종 플루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마거릿 찬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신종 플루는 사람 간 감염이 쉬워 급속히 퍼지고 있다"며 "플루 바이러스는 지속적으로 변하는 데다 변화 방향이 예측 불가능한 만큼 앞으로의 전망도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서욱진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