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현진 사건' 18년만에 화해의 자리

군 복무 중 구타와 가혹행위를 못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남현진 이병의 유족과 가해 부대원이 18년 만에 화해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18일 "지난 12일 진실위 대회의실에서 남 이병의 아버지와 누나 등 유족과 당시 남 이병 소속 부대 중대장과 소대장, 또 구타.가혹행위 사실을 고백한 선임병 등이 만나 화해의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진실위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조사를 하다 진실위로 넘어온 84건의 군의문사 사건 가운데 가해자가 유족에게 사과하고 서로 화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한국외대 영어과를 다니며 학생운동을 하다 1990년 11월 입대한 남 이병은 이듬해 2월 부대 인근 숲에서 소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당시 헌병대는 이 사건을 `군복무 부적응 자살 사건'으로 결론 내렸고,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도 2차례의 조사를 거쳐 `진상규명 불능' 사건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진실위는 작년 3월부터 1년간 조사를 벌인 결과 남 이병이 선임병으로부터 학생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연일 계속되는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했으며 이를 벗어나려 자살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진실위는 남 이병이 사망한 뒤 소속 부대 지휘관들이 구타와 가혹행위 사실을 함구할 것을 부대원에게 교육하며 사건을 은폐하고 고인의 명예까지 실추한 사실도 확인했다.

진실위는 이에 따라 남 이병의 사망 구분에 관한 사항을 재심의하고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국가에 권고했다.

진실위에 따르면 화해의 자리에서 `양심고백' 선임병은 "당시 부대 군기가 엄했고, 내가 군기당번이었다.

지금까지 사실을 말하지 못한 것이 더 죄송스럽다"며 눈물을 흘렸고, 중대장과 소대장도 "잘 보살피지 못해 죄송하다"며 유족에게 고개를 숙였다.

앞서 이들은 남 이병이 묻혀 있는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을 찾아 참배했다.

남 이병의 가족은 "용기 있는 고백이 사건의 진실을 밝혔다.

한순간에 용서하기는 힘들겠지만 이해한다"며 이들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유족들은 다만 "진정한 용서와 화해는 고인에 대한 후속 조치가 이뤄졌을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진실위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