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허리디스크 등의 척추질환으로 척추수술을 받는 환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미국 등 외국과 비교하면 수술 건수의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수술이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과다한 정신노동과 스트레스,운동 부족으로 허릿병을 앓는 사람이 그만큼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2년 4만2000여건이던 척추수술 건수는 2004년 6만7000여건,2007년에 11만1000여건으로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7년에는 공단 급여비로 2795억원이 지출됐다. 이는 공단 급여비로 지출하는 전체 수술 종류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척추수술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흔히 "척추에 칼을 대면 후유증이 많다는데….수술하자니 후유증이 걱정되고,참자니 통증이 너무 심하다"는 고민을 하게 마련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허리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10명 가운데 9명가량은 수술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한다. 특히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고 온 자녀들이 이에 대한 염려가 크다.

과거에는 척추치료는 전신마취 후 수술로 척추질환의 원인을 제거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척추질환은 고령 환자가 대부분인 데다 이들은 고혈압이나 심장병 등 만성질환을 함께 앓고 있는 비율이 높아 수술 후 전신마취에 따른 후유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척추질환은 수술하면 위험하다는 속설이 퍼지게 됐다. 실제로 수술 후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오히려 통증이 악화되는 경우가 수술 환자의 10~15%에서 나타나고 있다. 재수술을 해도 성공률은 30~35%에 불과하며 15~20%는 수술을 거듭할수록 통증이 심해진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술하지 않고도 간단히 치료하는 방법이 등장해 환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게 내시경이나 관절경을 이용한 척추신경성형술이다. 이 수술은 방사선 영상장치를 보면서 주사바늘이 달린 지름 2㎜,길이 40~50㎝의 특수 카테터를 통증의 원인 부위에 집어넣어 고정시킨 후 3회에 걸쳐 고농도 식염수,국소마취제,스테로이드(소염제),유착방지제(히알우로닌산) 등의 약물을 주입해 통증을 유발하는 염증과 부종,흉터 등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시술시간이 20분 정도에 불과하고 국소마취 후 시술하기 때문에 이른 시간 내에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서울 신사동 세연신경통증클리닉(원장 최봉춘)은 2006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허리디스크(척추추간판수핵탈출증) 및 척추관협착증(척추 내 신경다발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황색인대와 뼈에 의해 좁아지는 현상) 등 척추질환 환자 500여명을 대상으로 이 같은 척추신경성형술을 시행한 결과 80.6%의 환자에서 통증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또 이미 척추수술을 받았으나 통증이 지속되는 '척추수술 후 통증증후군' 환자도 척추신경성형술이 통증을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척추수술 후 통증증후군은 수술 부위에 섬유화현상이 일어나 척추신경과 주위조직이 들러붙는 경막외강 유착이 나타날 때 발생한다. 경막외강은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보호막인 경막과 척추 안쪽 사이에 있는 좁은 공간을 말한다. 척추수술 환자 가운데 통증이 지속되는 10~15%는 재수술을 해도 통증의 원인을 잡지 못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 방법을 고려해 볼 만하다.

최 원장은 "미국 텍사스의대 통증센터의 가보 라츠가 개발한 이 방법은 미국에서 100만명 이상의 환자가 치료효과를 봤을 정도로 보편화된 기술"이라며 "같은 허리 디스크라도 탈출한 수핵이 신경다발을 압박하는 부위에서 염증이 생긴 것은 척추신경성형술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약물이 신경 압박 부위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염증유발 물질을 차단하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통증을 치료할 수 있다. 최 원장은 "노인에게 많은 압박골절 후 통증도 척추신경성형술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며 "불필요한 척추수술을 줄이고 수술 후 합병증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