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한 대응" vs "사실관계 알려주려"

신영철 대법관 사태와 관련해 판사회의가 잇따르는 등 소장 판사들의 반발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이 일선 판사들에게 자제를 촉구하는 전화를 일일이 돌려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각급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 소속 판사들은 이날 오후부터 18∼19일 판사회의가 열릴 서울가정법원, 부산지법, 인천지법, 울산지법, 서울서부지법, 의정부지법 판사들에게 판사회의에서 논의내용 수위를 낮춰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

김용담 법원행정처장 등 법원행정처 수뇌부는 전날 밤 긴급회의에서 이런 방안을 마련해 행정처 판사들에게 전달했고, 이에 따라 행정처 판사들은 휴일인 이날도 대부분 출근해 사법연수원 동기나 학교 동문 등 친분있는 판사들에게 전화를 건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행정처 판사들은 일선에서 판사회의를 여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신 대법관의 거취 및 대법원의 조치와 관련한 부분을 논의할 때는 수위를 적절히 조절해 달라는 취지로 일선 판사들에게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법원 관계자는 "지방에 있는 판사들이 언론 보도만 보고 판단할 수도 있어 가능한 한 정확한 사실 관계를 알려주자는 차원"이라며 "너무 관여 쪽으로 보지 말고 충정도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신 대법관에 대한 재판 개입 논란으로 일선 법관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대법원까지 나서 판사회의 결과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려 하는 것은 또다른 부적절한 개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날 법원행정처 수뇌부 회의에서도 판사회의에 참석할 일선 법관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것은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판사는 "법원행정처 입장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적절치 못한 대응 방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될 조짐을 보이자 일선 판사들에게 전화를 거는 일을 중단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