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7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 관련해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또 이날 오후 로비를 실제로 받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미국 체류 중인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게 이메일로 서면질의서를 발송했다. 검찰은 이 전 수석과 한 전 청장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이번 주 중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을 증여세포탈 및 알선수재 등 혐의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제식구' 조사는 했지만…

검찰은 이날 서울고등검찰청장을 지낸 이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불러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과 함께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 대책회의에 참석했는지 캐물었다.

이 전 수석은 또 2003년 동생을 통해 박 전 회장의 돈 5억4000만원을 받아 변호사 사무실 임차보증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후 2시부터 18일 0시30분까지 이 전 수석을 조사한 후 돌려 보냈다. 검찰은 이 전 수석을 추후 한 차례 더 조사할 예정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전 수석의) 통화내역과 박 전 회장 진술 등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계좌추적도 진행 중"이라며 "금품수수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사전수뢰나 사후수뢰 등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 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지난 15일 소환조사한 민유태 전주지검장을 사법처리하기 위한 법리검토에 들어갔다.

◆한상률 이메일 조사

검찰은 한 전 청장이 귀국을 사실상 거부함에 따라 이날 서면질의서를 이메일로 발송했다. 홍 기획관은 "참고인을 강제로 귀국시킬 수도 없어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며 "우리가 나름대로 파악한 사실에 얼마나 잘 부합하게 답변하는지 등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을 상대로 천 회장이나 김정복 전 청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았는지,이를 해당 직원들에게 지시한 적이 있는지 등을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부산 · 경남(PK)지역 전 · 현직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나 경찰 고위간부,현역 국회의원 등 정치인 등에 대한 조사도 이번 주부터 착수할 예정이다. 한편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주택 거래 계약서 및 45만달러가 입금된 통장 사본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권양숙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도 지연될 전망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