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이후에는 성인병이나 암 등에 많은 신경을 쓰지만 청소년이나 결혼 전 예비부부들은 학업과 직장일로 정작 중요한 건강관리를 간과하기 쉽다. 몸이 열 냥이면 눈이 아홉 냥이나 된다는 말도 있지만 눈 건강을 소홀히 해 실명위기에 처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처럼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건강관리 분야에 대해 알아본다.


◆청소년기엔 안과 · 정신 · 생식기 질환에 초점 둬야

20세 미만의 청소년기엔 성인병의 씨앗이 될만한 비만,흡연,음주,나쁜 식사습관,운동 부족 등을 체크하는 것이 우선이다. 신체계측과 체성분 분석을 해보면 비만 또는 저체중 여부와 함께 장차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필요하면 초음파검사,혈액검사(당뇨병 고지혈증 등),흉부 X레이 촬영 등을 해봐야 한다.

매년 거식증 또는 폭식증 같은 식이장애가 있는지 확인하고 교육과 상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국 청소년들은 스트레스가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소화기궤양과 우울증에 걸릴수 있고 심지어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는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하도록 유도하고 스트레스성 소화기궤양은 위내시경 및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검사로,우울증은 선별검사로 조기에 진단 및 치료에 나서야 한다.

청소년기에는 안구가 성장하고 책을 많이 보게 되므로 시력의 변화가 심하다. 굴절 이상을 적기에 교정하지 않으면 성년 이후 나쁜 시력으로 고생할 수 있다. 시력검사와 안압 · 안저검사로 자주 발생하는 안과질환을 조기에 발견해야 한다.

에이즈 임질 매독 간염 등 접촉성 감염질환이 있는지 검사해봐야 한다. 성관계가 있는 여성은 전문의와 상담을 거쳐 자궁경부암 여부를 알아보는 액상세포진검사를 받고 생리불순,생리과다,생리통 등이 있다면 초음파로 자궁과 난소,골반 등에 이상이 없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이를 통해 자궁내막증,난소낭종,자궁근종,선근증 여부 등을 진단할 수 있다.


◆예비부부는 임신 안전성 점검이 가장 중요

대부분의 임신부는 임신 사실을 인식한 시기부터 태아건강 관리에 들어가는데 이때엔 태아의 중요 기관이 이미 형성된 이후라 한계가 있다. 따라서 예비 부부들은 결혼 전에 당뇨병 간질환 고혈압 신장질환 갑상선질환 심혈관질환 등 만성 내과질환과 생식기질환이 있는지 점검함으로써 임신부 및 태아의 위험성과 유전질환 및 태아기형의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꼭 출산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평균수명 80세가 넘는 요즈음 20,30대 예비부부의 건강검진은 행복한 가정을 위한 필수요건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예비부부들은 병력,가족력,유전질환,출산력(월경상태),연령,약물복용,흡연,음주,직업 및 환경(중금속 노출 여부),식이요법,운동 등에 대해 문진을 받아보고 각종 기본검사로 성인병 등의 위험을 가늠해봐야 한다. 여성은 청소년기와 마찬가지로 자궁 난소 골반 질환을 초음파검사 또는 액상세포진검사로 체크해봐야 한다. 또 혈액검사를 통해 혈액형,간염,매독,에이즈,풍진,여성호르몬 분비이상 등을 파악해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직감염(모자감염)으로 B형 간염이 전파되는 경우가 많아 어머니가 감염자일 경우 아기의 85% 이상이 만성 보균자가 된다. 따라서 항체가 없는 경우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매독에 걸린 임신부가 신생아를 낳을 경우 매독에 걸릴 확률이 70~100%에 달해 조기분만,전치태반,장폐색,폐혈증,급성호흡 부전,사망 등의 심각한 문제가 유발되므로 사전치료가 필요하다. 에이즈도 임신 출산 모유수유 등을 통해 신생아에게 감염될 확률이 25%에 달한다. 임신부가 임신 16주 이내에 풍진에 감염된 경우 태아는 난청,백내장,중추신경 결함,심장기형,정신발육 지연,자궁내성장 지연 등의 위험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항체가 없는 산모는 풍진백신을 맞고 3개월 이후에 임신하는 게 안전하다. 선천성 신경관결손 등을 예방하기 위해 임신 전부터 엽산을 섭취하는 게 권장된다. 남성은 기본 건강검진에 테스토스테론 검사,전립선암 표지자 검사,정자운동성 및 기형여부 검사 등을 추가로 시행해볼 수 있다.


◆안과검사는 연령별로

양쪽 눈의 시력차이가 시력검사표에서 두 단계 이상 차이가 나는 약시는 6세,눈동자의 초점이 한 방향으로 모여지지 않는 사시의 경우 9세 이후에는 치료효과가 거의 없다. 성인이 된 후 어떤 수단을 쓴다 해도 정상적인 시력을 되찾을 수 없으므로 말로 표현이 가능한 2~3세부터 정밀 시력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 이전부터 청소년기까지 시력 변화가 심해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은 시력검사를 받는 게 좋다.

40세 이상 성인 100명 중 4명은 녹내장이 있고 이 중 66%는 안압이 정상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 안압이 올라가면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류장애가 생긴다. 초기에는 시야가 좁아지거나 시력이 떨어지지만 말기에는 시력을 상실할 수 있다. 조기 발견해 지속적으로 치료하면 실명 위험이 매우 낮아지므로 40대 이후 매년 정기검진을 받아야 하며 가족력이 있으면 더 일찍 검사해봐야 한다.

서구에서 60세 이상 인구의 가장 주된 실명 원인이 되는 황반변성은 국내에서도 50대 이상에서 매년 환자가 20%씩 증가하는 추세다. 아주 천천히 진행되는 데다 한쪽 눈에만 병이 생기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이런 질환을 알아보려면 OCT(안과광학단층촬영기)를 찍어본다. 시신경 및 망막을 단층촬영함으로써 망막질환(황반원공,황반주름,황반부종,중심성 맥락막병증,맥락막 신생혈관,망막박리 등)과 녹내장의 징조(시신경 유두 함몰변화,시신경 섬유층 비후) 등을 초기에 잡아낼 수 있습니다. 펜타캠은 각막의 전 · 후면과 두께,홍채,수정체 등 전(前)안부를 단층촬영할 수 있다. 수정체 혼탁도를 측정해 백내장 수술 시기 결정에 도움을 준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정재은(건강증진의학과) · 나경선(안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