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 등 숱한 화제작을 제작하며 여성 영화인으로서 이름을 날려온 영화제작사 '영화사 아침'의 정승혜 대표가 17일 별세했다.

향년 44세.
2006년부터 대장암으로 투병 중이던 정 대표는 지난달 말부터 병세가 급격히 악화해 고대 안암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이었으며 이날 오전 10시38분 끝내 숨을 거뒀다.

정 대표와 20년 지기인 이준익 감독은 "투병 의지가 누구보다 강했지만 암이 폐 등으로 전이되면서 상태가 급격히 악화했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2006년 대장암을 발견했을 당시 이미 3기였지만 강한 의지로 치료를 받으며 상태가 호전되는 듯 했으나 암세포가 폐로 전이되면서 손을 쓸 수 없게 됐다"며 "최근까지도 본인은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이지 않으려해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1965년 3월생인 정 대표는 1989년 2월 영화사 신씨네에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로 영화 마케팅을 시작했다.

1991년 이준익 감독이 대표인 영화사 씨네월드에 입사한 후에는 '간첩 리철진', '아나키스트', '달마야 놀자', '황산벌' 등을 제작했고, 특히 수많은 영화에서 광고 디자인과 카피라이터로 명성을 날렸다.

이 감독과 함께 '왕의 남자'로 1천만 관객 신화를 만든 그는 2005년 영화사 아침을 차리며 제작자로 독립해 '라디오 스타'와 '도마뱀', '궁녀', '즐거운 인생', '님은 먼곳에' 등을 제작했다.

요즘은 남상미 주연 공포영화 '비명'을 제작 중이었다.

재기발랄한 글솜씨로 각종 매체에서 인기 기고가로 활동한 그는 '정승혜의 카툰극장', '노는 여자', '정승혜의 사자우리' 등의 책을 남겼다.

2006년에는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어머니와 언니, 여동생, 남동생이 있다.

빈소는 고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303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9일 오전이다.

☎02-921-3299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