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가 16일 총파업(집단 운송거부)을 결의함에 따라 상급조직인 민주노총 차원의 총력투쟁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민주노총은 화물연대 사안을 본질적으로 특수고용직노동자(특고)들의 노동 기본권 문제로 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동계에서는 민주노총이 이번 사태를 활용해 다음달로 예정된 총력투쟁의 동력을 축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화물연대 운송거부 왜? = 이번 사태는 화물연대 광주지부 제1지회장인 활동가 고(故) 박종태씨의 자살로 촉발됐다.

박씨는 대한통운과 택배 개인사업자들의 분쟁에 개입해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수배됐다가 정부와 회사, 노조 현실을 비판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화물연대는 대한통운이 화물차주들과 맺은 운송료 인상 합의를 파기하고 이에 항의하던 차주 78명과 계약을 해지하자 박씨가 억울함을 참지 못해 자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대한통운 사태가 특수고용직 노동자 문제의 한 단면이라며 화물차주들의 노조활동 보장을 요구 사안으로 내걸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통운 측은 박씨는 자사와 관계없는 화물연대 활동가일 뿐이며 운송료 인상에 합의한 적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재계도 박씨의 자살 동기는 유서내용을 고려할 때 투쟁의 성과부족과 조합원들의 불만, 상급단체의 지원부족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하며 사태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 민노총 `총력투쟁' 도화선 되나 = 민주노총은 화물연대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다른 업종 사업장과 연대해 총력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일단 화물연대가 소속된 산별노조인 공공운수연맹 주도로 움직인다"며 "하지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우리가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내달부터 각종 노동현안과 관련한 투쟁을 시작할 예정인 점을 고려하면 이런 방침은 노동계가 `하투(夏鬪)'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민주노총이 `현장의 분위기가 총파업과 거리가 멀다'고 임성규 위원장이 언급할 정도로 침체돼 있는 노동계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계기로 화물연대 사태를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 조합원들의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박종태씨 사망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재계는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가 민주노총의 총력투쟁 동력을 되살리는 불씨가 되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개별기업 문제로 끝날 것 같지 않다"며 "올해는 경제위기와 더불어 민주노총의 총력투쟁이 없이 넘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깨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특고' 문제 부각…해결은 난망 = 특고 노동자는 골프장 캐디, 보험설계사, 레미콘 운행자, 화물차주, 학습지 교사 등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성격을 함께 지닌 사람들이다.

노동계의 특고 노동자 투쟁은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단결권ㆍ단체행동권ㆍ단체교섭권 등 노동3권의 확보를 목표로 한다.

정부는 현재 특고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법상으로 규정되는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원칙대로 법을 집행한다는 차원에서 이들의 노조 가입도 보장하지 않고 있다.

노동부가 작년 말 건설노조와 운수노조에 레미콘, 덤프트럭, 화물차 차주 등을 조합원에서 배제하라고 자율시정 명령을 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고 노동자들은 이해관계에 있는 기업과의 교섭권을 요구하지만, 기업들도 정부 방침과 마찬가지로 교섭을 거부해 사업장에서는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고의 노동권 요구는 1990년대 후반부터 계속 이어져 왔고 2003∼2005년 노사정위원회 논의도 있었으나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을 통해 특고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고, 민주당 김상희 의원도 작년 11월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특고 문제는 현 정부의 노동 유연성 제고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해결 가능성은 별로 없고 논란만 되풀이될 공산이 큰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