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려던 보수단체와 이를 막던 봉하마을 주민들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다.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회(상임대표 윤용) 회원 10여명은 15일 오후 1시30분께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노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기 위해 봉하마을로 들어가던 중 마을 주민 30여명이 이들을 막아서면서 양측 간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주민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 노 전 대통령을 흠집내기 위한 기자회견을 하려는 사람들은 동네에 들어오지 못한다"며 이들을 거칠게 막아섰다.

보수단체 회원들도 "사람 다니는 길을 왜 막냐. 통행조차 못하게 하는 봉하마을은 무법천지"라며 마을주민들과 맞섰다.

이 때문에 15분 가량 보수단체 회원과 주민들이 뒤엉켜 거친 몸싸움을 벌였고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흥분한 일부 주민은 보수단체 회원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차량 트렁크에서 농기구를 꺼내 보이며 위협하기도 했다.

또 트랙터를 몰고 나와 회원들을 막아서거나 호스로 물을 뿌리는 등의 행동을 해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경찰의 중재로 보수단체 회원들은 노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300여m 가량 떨어진 마을입구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으나 회견 도중에도 일부 주민이 플라스틱 재질의 공사안내 표지판을 던져 취재진이 다칠 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노무현은 떳떳하게 구치소로 걸어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은 자기가 저지른 죄를 가족에게 떠넘기고 변명과 말 바꾸기로 소일하고 있다"며 "검찰은 즉각 노 전 대통령을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노 전 대통령의 가면을 쓴 사람이 팔목에 명품시계를 흉내낸 종이를 두르고 달러를 복사한 종이를 뿌린 뒤 다른 회원에 의해 포승줄로 묶여 끌려가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자진해산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양측의 충돌에 대비해 150여명의 경력과 구급차, 소방차 등을 동원했다.

양측간 몸싸움으로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발생한 양측의 충돌과 관련, 채증자료를 분석한 뒤 과격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서는 보수단체 회원이나 마을주민을 가릴 것 없이 엄중대처한다는 방침이다.

(김해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b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