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전 국세청장 먼저 조사키로

대검 중수부(이인규 검사장)는 박연차 태광실업 전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해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을 다음 주 소환할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천 회장은 작년 하반기 국세청이 태광실업을 세무조사할 때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에게 세무조사를 중단해 달라고 청탁하고 박 전 회장으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얻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천 회장이 박 전 회장으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얻었다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두 사람 간의 자금거래 전반을 살펴보고 있으며 천 회장의 증여세ㆍ양도소득세 포탈, 비자금 조성, 주가조작 의혹도 보고 있다.

검찰은 천 회장이 인수합병을 통해 세중나모여행사 등 14개사의 최대주주가 되는 과정의 자금 이동과 주식거래 내역 등에 대한 분석은 거의 마무리했으며 천 회장이 주식을 차명보유할 수 있도록 명의를 빌려준 박 전 회장의 지인들로부터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자녀들에게 차명주식을 매입하도록 해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천 회장을 소환하기 전에 미국에 체류 중인 한 전 청장을 먼저 조사하기 위해 귀국을 종용하고 있으나 자신에게 여론이 집중된데다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고가의 그림을 상납했다는 `그림 로비' 의혹에 대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도 진행되고 있어 귀국을 망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을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지만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인데다 천 회장으로부터 청탁을 받았더라도 들어주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상황에 따라 이메일 등을 통한 서면조사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박 전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국세청장을 이날 재소환해 작년 세무조사 당시 대책회의를 주도했는지, 천 회장과 이종찬 전 민정수석 등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한 전 청장을 비롯한 국세청 직원들에게 로비했는지 등을 캐물었다.

김 전 청장이 로비 활동을 했더라도 사돈인 박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지 않으면 알선수재 혐의로 처벌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미국 뉴저지주의 160만 달러짜리 주택에 대한 계약서를 찢어버렸다고 주장함에 따라 이날 중 현지 부동산업자로부터 계약서를 팩스로 건네받아 집 계약에 45만 달러 이외에 추가로 들어간 돈이 있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은 2007년 5월 권양숙 여사가 미국의 건호ㆍ정연씨에게 20만 달러를 송금하고 한 달 뒤 박 전 회장으로부터 100만 달러를 받은 점, 같은 해 9월 정연씨 측 계좌로 40만 달러를 송금받은 사실과 해당 주택의 가격이 160만 달러인 점의 연관성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정연씨가 계약서를 찢어버리고 권 여사가 박 전 회장이 선물한 명품시계를 내다버렸다고 밝혔으나 이런 행위를 따로 형법상 증거인멸죄로 처벌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