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지방국세청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신호탄을 올린 `박연차 게이트' 3라운드 수사가 다음 주 정점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권양숙 여사를 조사한 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하고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불러 세무조사 무마로비 의혹을 규명할 방침이다.

아울러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ㆍ관계 인사들을 소환할 예정이다.

◇권양숙 여사 조사..盧 신병처리 =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말 권양숙 여사를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노 전 대통령을 조사한 검찰은 권 여사를 재소환한 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최종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처리 시기가 늦춰졌고 검찰 내에 다툼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돌았다.

검찰은 그러나 지난 12일 박 전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에게 40만 달러를 전달했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전격 공개하는 것으로 `깜짝 카드'를 내보였다.

검찰은 특히 금주 초 정연 씨 부부까지 소환조사해 이 돈이 미국 뉴저지 인근의 주택을 사기 위한 계약금 명목으로 사용됐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부동산 중개업자 등으로부터 계약서를 확보한 뒤 실제 송금 내역 등을 확인하고 이르면 이번 주말 권 여사를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후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14일 `다음 주에 노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 방향이 결정될 것이냐'는 질문에 "권 여사 조사 이후 결정될 것"이라며 그럴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 조사..천신일 회장 소환 = 검찰은 박 전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을 수사하며 천 회장의 역할을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모았다.

검찰은 특히 두 사람의 자금 거래를 꼼꼼히 검토했고, 천 회장과 한 전 청장이 친한 사이란 점에 착안해 한 전 청장이 천 회장의 부탁을 받고 외압을 행사했는지 규명하기 위해 국세청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또 한 전 청장의 통화내역을 확보한 뒤 세무조사 전후로 통화량이 많은 인사를 불러들였다.

세무조사 무마 대책회의를 한 의혹을 받고 있는, 박 전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도 조사하는 등 기초적인 수사단서를 수집하는데 주력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다음 주에는 미국에 있는 한 전 청장을 소환한 뒤 최종적으로 천 회장을 조사해 혐의가 드러날 경우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홍 기획관은 "세무조사를 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전체적인 통화내역을 확보할 수 있었다.

세무조사 직전과 직후에 어떤 통화가 있었는지 확인 중"이라며 "대책회의 등 당시 상황을 재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이어 "이번 주까지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이었다"며 "한 전 청장을 조사한 이후 천 회장을 조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인 소환 초읽기 = 검찰은 다음 주에는 후(後)순위로 미뤄놨던 정ㆍ관계 인사들에 대한 소환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실제로 현역 의원 수사의 경우 6월 임시국회 회기가 불과 보름 정도밖에 남지 않아 시간이 촉박한 상태다.

홍 기획관은 "다음 주에는 예상되는 사람을 불러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태호 경남지사와 한나라당 H 의원 등이 우선소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 전 회장의 터전인 부산ㆍ경남 지역의 유력 인사 가운데 돈을 받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말도 나돌아 정ㆍ관계 로비 의혹 수사의 폭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은 범죄혐의가 짙은 인사들을 먼저 조사한 뒤 이달 안에 일괄적으로 처리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