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판사들 `대법 윤리위 결정' 정면 비판
서울중앙ㆍ동부ㆍ북부지법 판사들도 회의 소집


이용훈 대법원장이 재판개입 논란을 일으킨 신영철 대법관에게 `엄중 경고'를 한 가운데 14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남부지법에서 소장판사들이 잇따라 단독판사회의를 열었다.

법관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1995년 단독판사회의가 만들어진 이후 매년 두 차례씩 정기회의가 열려왔지만 이번처럼 일선 판사들의 요구에 따라 특정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임시 회의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서울남부지법 단독판사 29명은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신 대법관의 행위는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발표한 것처럼 사법행정권의 일환이라거나 '외관상 재판 관여로 오인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라 명백한 재판권 침해로 위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신 대법관의 행위가 사법행정권의 일환으로 이뤄지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부적절했다는 윤리위의 결정을 정면으로 문제 삼으면서 이를 바탕으로 한 대법원장의 경고 조치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판사들은 이어 "신 대법관의 사과가 이번 사건의 파문을 치유하기에는 부족하다"면서 신 대법관의 사과문에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러나 "추후 지속적인 논의를 펼쳐나겠다"며 신 대법관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전국 최대 규모의 법원이자 신영철 대법관이 최근까지 원장으로 있었던 서울중앙지법의 단독판사 84명도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 비공개 회의를 개최했다.

공식 안건은 `재판권 독립을 위한 제도 개선' 및 `전국 법관 워크숍 결과 보고 및 의견수렴' 등이었지만, 신 대법관의 '재판개입' 사태와 관련한 의견이 자연스럽게 표출됐다.

참석자들은 고위 법관이 개별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법원장에게 주어진 광범위한 배당 재량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했으며, 특히 신 대법관의 거취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인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동부지법과 북부지법에서도 15일 단독판사회의가 열리는 등 전국 법원의 소장 판사들도 잇따라 회의를 열고 신 대법관의 재판개입 사태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세원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