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8시10분.서울 마장동 동마중학교 교문 앞에 연두색 한복을 차려 입은 한 여성이 학생들에게 공손하게 "안녕하세요" 하고 '배꼽인사'(공수배례)를 한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낯설지만 학생들은 익숙한 듯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라며 같이 배꼽인사를 한다. 쏟아져 들어오는 학생들을 상대로 몇 초 간격으로 반복되는 인사는 무려 20분이나 이어졌다.

백종성 동마중 교장(62)이 지난 4월1일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마다 제자들을 맞는 풍경이다. 그는 "지난 3월 부임한 후 학생들을 바르게 길러낼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공수배례를 생각했다"며 "학생들이 외부 손님에게 정중하게 배꼽인사를 하게 되는 등 예절교육에 효과 만점"이라고 말했다.
요즘 교육계에서는 이처럼 달라진 모습의 교장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과 게임에 몰두하는 학생들,사교육을 맹신하는 학부모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많은 교장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천하고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공개되는 등 치열해지고 있는 학교 간 경쟁도 이 같은 추세를 확산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다.

백종성 교장의 경우 전문 상담교사 자격증을 활용,지난달 말부터 학부모 집단 상담을 시작했다. 9~10명의 학부모를 모아 가족에게 '행복하다'거나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적게 한다. 마음 속에 쌓인 말을 꺼내다 보면 우는 학부모도 많다. 세 시간가량의 상담이 끝나면 교장과 학부모 사이가 훨씬 가까워진다. 학부모 설막내씨는 "두 아이를 키우며 13년간 학부모회에 나갔는데 백 교장선생님 같은 분은 처음이고 무척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교장이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 이신우 서울 언북중 교장(55)은 16일부터 매주 토요일 방과후학교 '수학정석반' 강사로 나서기로 했다. 학생들에게 '푸는 법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를 푸는 즐거움'을 가르칠 계획이다. 이 교장은 "학생들을 직접 가르친 지가 10년이 넘었지만 도전해 볼 생각"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상은/김일규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