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학교자율화 추진방안 시안에서 현재 2.5%(282개교) 수준인 '자율학교' 비율을 내년까지 20%(2500개교) 수준으로 높이기로 하면서 자율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서울지역에서 운영되는 자율학교는 두 곳뿐이다. 중랑구 묵동 원묵고와 구로구 구로동 구현고는 각각 2007년,2008년에 정부가 시범운영하는 '개방형 자율학교'로 개교했다. 개방형 자율학교는 교장을 비롯해 교사 전원을 공모를 통해 뽑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교사들의 열정이 강하고 의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성적에 관계없이 학생들을 선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근 학교들보다 뛰어난 학업 성취도를 보이며 '공립학교 성공 스토리'를 써가고 있다.


◆학원 끼어들 틈 없는 하루일과

구현고(교장 한명복)는 구로구 일대에서 '공부 잘 가르치는 학교'로 소문나 있다. 아침 0교시 수업 · 저녁 방과후학교 · 야간자율학습으로 이어지는 하루 일과에는 학원이 끼어들 틈이 없다. 성적이 우수한 여학생 20명과 남학생 20명은 기숙사인 생활관에서 생활한다. 석 달에 한 번꼴로 성적이 떨어진 학생은 탈락하는 시스템이다. 대기생만 30명이 넘는다.

교사들은 전원이 자원했다. 맹보영 교사는 "교사 44명 중 15~20명이 매일 오후 10시30분까지 남아 교재를 개발하고 학생들 질문을 받는다"며 "행복한 수업만들기 교사모임이라는 세미나도 매주 운영 중"이라고 했다. 수학을 전공한 임성근 교감은 교감실을 아예 '수학 학습클리닉'으로,그 옆방을 교사 · 학생들의 스터디 공간인 '질문교실'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이 학교는 지난해 10월 치러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 미달학생 비율이 서울지역 전체 평균보다 과목별로 2~3%포인트씩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구현고가 있는 남부교육청이 서울 전체에서 '꼴찌'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근 학교에 비해 훨씬 성취 수준이 높은 셈이다.

방학 중 실시되는 해외 봉사활동도 이 학교의 특징이다. 작년에는 40여명의 학생들이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방문해 현지 고아원을 방문하고 구호물품 등을 전달했다. 임 교감은 "올해는 일본에서 열리는 세계물포럼대회에 참여해 학생들이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교사 64명 중 20명 이상 매일 야근

원묵고(교장 박평순)는 2007년 개교 이후 학생들이 하나 이상의 악기를 다루도록 하는 특성화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정규 음악시간에는 북이나 가야금 장구 드럼의 기초를 가르친다. 방과후학교에서는 판소리 풍물 바이올린 플루트 첼로 기타 등 7가지 악기 교실을 연중 내내 운영한다.

교사들의 열정도 높다. 출근 명부에 64명 교사 중 20명 이상이 매일 야근한 것으로 기록돼 있을 정도다. 교사들이 직접 만든 교과서만 50여종에 이른다.

교사들의 열정에 비례해 학생들의 성적은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다. 작년 전국모의고사에서 상위 1~3등급을 받은 학생 수가 꾸준히 늘었다. 3월에는 사회탐구영역 1~3등급 학생이 43명,과학탐구는 26명에 불과했지만 9월 시험에서는 각각 128명과 66명으로 증가했다. 작년 9월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연합학력평가 결과와 지난 3월 평가결과를 비교해 보면 표준점수가 과목별로 2~3점씩 올랐다. 박평순 교장은 "상대적으로 학력 수준이 처지는 중랑구에서 학생 전원을 선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과"라고 설명했다.

이 학교가 최근 실시한 학생 · 학부모 대상 설문에서 학생 90%가 '교사가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친다'고 답했다. 학부모의 75%는 '자녀가 다니는 학교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박 교장은 "학생에 대한 인성교육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입시성적을 높여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은/김일규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