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2007년 9월 미국에서 박연차 태광실업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수십만 달러를 둘러싸고 검찰과 노 전 대통령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검찰은 12일 이 돈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홍콩법인 APC 계좌에서 계좌이체 방식으로 미국의 한 계좌로 송금돼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 부부가 미국에서 생활비로 썼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의 노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의 600만 달러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실이라는 게 검찰의 확고한 시각이다.

검찰은 특히 이 돈이 건너가기 두 달 전인 2007년 6월 청와대 관저로 `배달'된 100만 달러와 다른 별개로 찾아낸 돈이라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박 전 회장은 정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요청으로 국내 통장에서 10억 원을 찾아 직원 130명을 동원, 100달러짜리로 환전해 전달했고 정 전 비서관은 이 돈을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했다.

권 여사는 그간 이 돈을 당시 미국에 있던 아들 건호씨와 딸 정연씨의 유학비 등으로 대부분 사용했고 나머지는 빚을 갚는 데 썼다고 해명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새롭게 밝혀진 수십만 달러는 출처와 용처 면에서 100만 달러와 전혀 다르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또다시 정 전 비서관의 요청을 받은 뒤 2007년 9월께 홍콩 현지법인 APC 계좌에서 수십만 달러를 미국에 있던 정연씨에게 전달했고 정연씨 부부는 이를 생활비 등으로 모두 썼다.

검찰은 특히 100만 달러와 마찬가지로 이 돈의 전달 과정에서도 권 여사가 개입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보고 있다.

새 돈이 이날 드러나자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즉시 해명에 나섰다.

문 전 비서실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박 회장에게 받은 돈은 모두 100만 달러는 맞지만 정연씨에게 송금된 돈은 40만 달러고 청와대로 전달됐다는 현금은 60만 달러"라고 해명했다.

2007년 6월 60만 달러를 현금으로 받았고 두 달 뒤 40만 달러가 차례로 송금됐다는 것.
노 전 대통령 측의 다른 관계자는 "권 여사는 건호씨가 미국에 정착할 경우를 대비해 정연씨에게 집을 알아보게 했다"며 "이에 따라 2007년 9월 계약금조로 박 회장의 홍콩법인 APC 계좌에서 40만 달러를 송금해 미국의 한 아파트를 계약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돈은 정연씨가 아니라 집주인의 계좌로 송금됐다"며 "하지만 이후 계약을 이행하지 못해 계약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권 여사가 검찰에 100만 달러를 받았다고 진술한 데 대해 문 전 비서실장은 "처음에 박 회장이 100만 달러를 모두 국내에서 전달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에 권 여사도 도움을 받은 입장이어서 그 진술에 맞춰 얘기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노 전 대통령 가족이 추가로 돈을 받았다는 검찰의 확고한 입장과 새로운 사실이 아니라는 노 전 대통령 측의 해명이 맞서면서 또 다른 진실게임으로 빠져든 셈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있을 권 여사의 재소환 조사도 정연씨가 받았다는 이 돈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새로운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에서야 구체적인 해명에 나선 것이어서 여론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