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600만달러 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 부부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추가로 40만달러를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검찰은 600만달러와 추가로 드러난 40만달러가 노 전 대통령의 자녀들에게 전달됐고,모두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개입했는데도 노 전 대통령이 이를 몰랐을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재소환 가능성에 대해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권양숙 여사에 대한 조사 이후에 결정할 것이며 아직 언급하기는 이르다"고 말해 노 전 대통령 추가 조사도 배제할 수 없다.

◆"100만달러와 전혀 다른 돈"

검찰은 지난달 홍콩 사법당국으로부터 입수한 태광실업의 홍콩 현지법인 APC의 계좌 분석 과정에서 추가로 40만달러를 발견했다. APC 계좌에 연결된 다양한 계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40만달러가 미국 은행 계좌들로 들어갔고 이 돈이 정연씨에게 흘러갔다는 것이다.

검찰은 40만달러가 송금된 정연씨의 지인 계좌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11일 오후 2시께 정연씨와 남편 곽상언 변호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10시간 동안 조사했으며,이들은 40만달러를 현지 부동산업자에게 주택 계약금 조로 건넨 사실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돈 역시 정 전 비서관이 요구했다는 진술을 정 전 비서관과 박 전 회장으로부터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번 주 안으로 권 여사를 비공개로 불러 100만달러와 3억원,추가로 드러난 40만달러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에 대해서는 "권 여사를 조사한 이후 결정할 것이며 아직 전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즉 추가로 드러난 40만달러 등에 대한 권 여사 조사 결과에 따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조사가 있을 수 있거나 신병처리 방침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측 진술 번복 '자충수'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측은 100만달러 외 추가로 받은 돈은 없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변호사는 "권 여사는 건호씨가 미국에 정착할 경우를 대비해 정연씨에게 집을 알아보게 했다"며 "2007년 9월 계약금용으로 태광실업의 홍콩법인 APC 계좌에서 40만달러를 집주인 계좌로 송금해 미국의 한 아파트를 계약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돈을 받을 때 일부는 현금(달러)으로 국내에서 받기로 했고,나머지는 정연씨 측에게 송금하기로 약속돼 있었다"며 "결론적으로 100만달러가 자녀들의 유학비나 생활비로 쓰였다"고 말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 측은 100만달러 중 40만달러를 권 여사 채무 변제로 썼다는 입장을 다시 번복하며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자충수를 둔 셈이 됐다. 이에 대해 문 변호사는 "권 여사가 정연씨에게 송금된 부분을 말하지 못하다 보니까 국내에서 다른 용도(채무 변제)로 썼다고 얘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100만달러는 박 전 회장이 직원 130여명을 동원해 국내에서 환전한 기록이 있다"며 "APC 계좌에서 미국으로 바로 건너간 40만달러는 100만달러와 다른 돈이며 증거가 확보돼 있다"고 일축했다.

한편 검찰은 박 전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 관련 김정복 전 국가보훈처장을 이날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으며 지난에는 11일 조홍희 국세청 법인납세국장도 다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번 주까지 천신일 회장 관련 23곳의 압수수색물 분석에 주력한 다음 다음 주 중 천 회장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