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서 악취가 코를 찌르는 포항 동빈내항에 운하를 건설해 옛 영일만 신화를 재현해 보겠다는 움직임이 탄력을 받고 있다. 올해로 시 승격 60주년을 맞는 포항시 박승호 시장(사진)은 11일 "포항제철을 만든 옛 영일만 신화를 동빈내항 운하 건설로 다시 한번 부활시켜 보겠다"고 밝혔다.

형산강과 동빈내항을 잇는 너비 20m,길이 1.3㎞의 운하를 건설해 소형 유람선과 보트를 띄우고, 주변 지역은 수상카페와 호텔, 콘도, 테마파크, 워트파크 등으로 포항 최대의 관광특구로 건설하겠다는 복안이다.

박 시장의 이런 구상에 최근 청신호가 켜졌다. 주택공사가 동빈내항 주변 51만7000여㎡를 민자 유치로 개발해 아파트 등 대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서는 해상신도시로 조성키로 했기 때문이다. 총 사업비 1170억원 가운데 주택공사가 770억원을 투자하고 포스코가 3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포항시가 실제 투입해야 할 사업비는 35억원에 불과하다. 보상 작업을 거쳐 늦어도 10월 이전에는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박 시장은 "2010년 동빈운하가 완공되기까지 이 사업은 일자리 창출 등의 엄청난 경제효과를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죽도시장 앞의 동빈내항은 원래 강물이 흐르던 형산강 하구 내항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 포항제철 건설로 물길이 막힌 후 강물이 썩기 시작했다. 이로인해 주변 지역도 뒤따라 낙후되는 등 지난 40년간 포항 최대의 민원 1번지로 꼽혀왔다.

2006년 취임한 박 시장은 동빈내항을 바다와 연결하지 않으면 이 일대 수질은 더 이상 개선할 수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내항의 악취로 40년간 고통을 겪어온 이 일대 1000여가구 주민들에 대한 정신적 물질적 보상도 필요했다. 이에 박 시장이 내놓은 해법이 바로 동빈내항 소운하 건설이다.

그러나 포항시 공무원들이 앞장서 "왜 하필 동빈내항이냐"며 반대했다. 천문학적인 사업비도 문제지만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실패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하지만 박 시장은 "40년간 막혔던 물길을 터 죽어 있는 동빈내항을 살리고 이 일대를 동양의 나폴리로 리모델링하면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밀어붙였다. `

박 시장은 공인 유도 7단에 중국 사회과학원 법학 박사학위도 따 문무를 겸비한 시장으로도 유명하다. 포항시 안상찬 자치행정국장은 "박 시장은 1%의 가능성만 보여도 나머지 99%를 실현하기 위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성격의 소유자"라고 평가했다. 취임 직후 '한국은행 포항본부 폐쇄 결정'이라는 악재를 맞았을 때도 그의 이런 뚝심은 진가를 발휘했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사수'라는 피켓을 들고 한은 본점 정문에서 1인 시위를 벌여 결국 폐쇄 방침철회를 이끌어냈다.

기업 유치 성적표도 화려하다. 그는 지난 2년여 동안 현대중공업 영일만 공장과 세계적 의료기기 전문업체인 지멘스,신한기계, 강림중공업 등 17개 기업에서 3조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덕분에 올 들어 포항지역 인구가 51만2083명으로 늘었다. 인구 50만명 선이 붕괴된 지 5년 만이다.

박 시장은 "포스코 덕분에 불황을 몰랐던 포항도 적지 않은 기업들이 부도를 맞으면서 고용 불안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동빈내항 건설과 영일만항 배후 산업단지, 경제자유구역,국가산업단지 개발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하면 2014년에는 17만명의 고용창출효과로 글로벌 경기불황 충격을 완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청사진도 동시에 내놓았다. 박 시장은 "유도로 한판승을 거두듯 동빈내항 복원으로 도시 내부를 리모델링해 포항을 '새로운 기회의 도시'로 만들어 보이겠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