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일 조사-노 전 대통령 처리 시간 걸릴 듯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와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소환을 앞두고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검찰은 당초 9~10일 권양숙 여사를 조사한 뒤 이번 주 중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100만 달러의 사용처를 두고 협의가 늦어져 신병처리 시점이 다음 주로 넘어갈 가능성이 생겼다.

천 회장과 관련해서도 이번 주 내내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소환 등 기초 조사가 필요해 주내 소환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다음 주가 돼야 `박연차 게이트'의 가장 중요한 두가지 줄기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8부 능선을 넘어 대미(大尾)를 향해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 `세무조사 무마 로비' 베일 벗나 = 검찰은 3라운드에 돌입하면서 우선 박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를 위한 로비 의혹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았다.

검찰은 지난 6일 서울지방국세청 등을 전격 압수수색한 데 이어 바로 다음 날인 7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의 집과 사무실, 자금거래인 자택 등 모두 18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대검 중수부 1ㆍ2ㆍ3과 검사와 수사관이 모두 동원됐고, 검찰은 곧바로 국세청 간부와 천 회장의 자금거래인 15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특히 천 회장이 세무조사 무마 로비 대가로 박 회장으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취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자금거래 내역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천 회장과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이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는 점으로 미뤄 천 회장이 한 전 청장에게 직접 청탁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현재 한 전 청장의 통화내역 등을 조사 중이며 조만간 미국에 있는 한 전 청장을 불러 실제 로비가 있었는지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고나서 핵심 당사자인 천 회장을 불러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혐의가 확인되면 사법처리할 계획이다.

◇ 노 전 대통령 사법처리 또 늦춰지나 = 검찰은 지난달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측이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100만 달러의 사용처를 제출하겠다고 밝혔고 검찰 역시 권 여사와 관련해 추가로 조사할 부분이 생겨 신병처리를 연기했다.

검찰은 8∼9일 이메일로 100만 달러의 사용 내역을 전달받았다.

권 여사는 미국에 체류하던 장남 건호씨와 딸 정연씨에게 40만 달러를 송금했고 10만∼20만 달러는 이들이 국내에 들어왔을 때 직접 건넸으며 나머지는 채무 변제를 위해 사용했지만 구체적인 용처는 밝힐 수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번 주 중 권 여사를 소환해 `남은 의혹'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100만 달러 사용처에 대한) 액수와 관련해 서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정식 답변서는 직접 조사를 하면서 제출받기로 하고 (조사) 날짜를 조정 중"이라고 말했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권 여사 조사가 끝난 뒤 내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병처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이한승 기자 noanoa@yna.co.kr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