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0일 권양숙 여사의 재조사 일정이 늦춰지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가 이번 주를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미뤄질 전망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브리핑에서 "100만달러의 용처와 관련해 노 전 대통령 측에서 더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어 권 여사의 조사 시기가 늦어질 것 같다"며 "따라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병 처리가 이번 주 안에 안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8~9일 권 여사로부터 100만달러의 용처를 밝힌 이메일 두 통을 받았으나,권 여사는 대체로 기존 해명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여사는 "100만달러 중 40만달러는 아들 건호에게 지인 계좌를 통해 송금하고,10만~20만달러는 건호 부부에게 국내에서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00만달러 중 나머지 부분은 여전히 "개인 채무 변제에 썼다"며 용처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 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 측이 (40만달러 부분에 대해서) 증빙자료를 제시해온 것은 아니고 검찰이 앞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제시했던 물적 증거를 인정하는 식으로만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권 여사를 조만간 비공개 소환조사한다는 방침 아래 시기와 방법을 놓고 고민 중이다. 검찰은 방문조사나 서면조사 없이 경남 김해 봉하마을 인근에서 권 여사를 비공개 소환하기로 노 전 대통령 측과 합의했다. 그러나 검찰은 창원지검과 부산지검 등 소환 예정 장소가 이미 알려져 비공개 소환을 하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제3의 장소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권 여사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후 100만달러와 500만달러,노 전 대통령이 회갑 선물로 받은 1억원짜리 시계 등에 대해 포괄적 뇌물 혐의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 관련해 천 회장과 자금거래 내역이 있는 15명 대부분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치고 압수물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특히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세중나모여행이 소프트웨어(SW) 기업인 세중모비스를 2007년 합병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자금거래 상황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이 세중나모여행 계열사 및 거래처 관계자 등 15명 이상을 동원해 천 회장 관련 주식을 사고팔면서 음성적으로 천 회장에게 자금을 지원했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홍 기획관은 "압수물 검토 과정에서 파생적으로 발견되는 많은 사람들을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약간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천 회장 등의 세무조사 무마 압력이 실제로 국세청 쪽에 들어갔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작년 7~11월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총 지휘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홍 기획관은 "(한 전 청장과) 연락은 되는데, 국세청 압수수색 이후 상황이 많이 바뀌었고 (본인이) 피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감안하면(자진 출두에) 어떤 입장을 보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국세청과 세중나모여행 등 23곳의 압수수색물 분석과 관계자 소환조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는 대로 천 회장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