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S 연구소장 "응시 규모.성격 등 판이"

"토플 점수를 국가별로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토플 및 토익 시험 등을 출제하는 기관인 미국 교육평가원(ETS)이 8일(현지시간) 본부가 있는 미 뉴저지주 프린스턴에서 워싱턴과 뉴욕에 주재하는 한국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연 설명회에서 앨리나 폰 다비어 ETS 연구소장은 토플 성적의 국가별 비교가 부적절한 이유를 설명하는데 주력했다.

한국인의 지난해 인터넷기반 iBT 토플 시험 성적은 120점 만점에 평균 78점. 2006년의 72점, 2007년의 77점에서 점수가 계속 오르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전세계 평균인 79에는 1점 모자란 수준이다.

이런 성적을 놓고 영어 교육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도 왜 한국의 토플 점수가 세계 평균에도 못미치냐는 소리도 나온다.

다비어 소장은 그러나 토플 시험 성적을 다른 국가의 국민들과 영어 능력 평가 비교에 적용하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교육 평가에는 개인별 평가와 그룹 평가 등이 있지만 토플.토익과 같은 시험은 개인별 평가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성적을 국민 전체로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다비어 소장은 독일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예로 들었다.

지난해 독일어 사용 응시자의 토플 성적 평균은 97점으로 한국어 사용 응시자 평균 점수인 78점에 비해 월등히 높다.

다비어 소장은 우선 독일어 사용 응시자에는 독일인 뿐 아니라 오스트리아를 비롯해 독일어를 원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포함돼 있고 한국인 응시자에도 해외 한국인들도 포함돼 있는 등 꼭 그 나라 국민들만의 성적이라고 하기 힘들다는 점을 들었다.

또 지난해 독일어 사용 토플 응시자는 2만2천936명으로 전체 응시자의 3%에 불과한 반면 한국어 사용 응시자는 14만9천27명으로 전체의 20%에 달한다.

다비어 소장은 독일어를 쓰는 9천만명 이상의 사람 중 2만여명은 극히 일부 사람의 성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의 경우 인구 수가 독일보다 적은 반면 응시자는 7배 가까운 수준으로 많기는 하지만 역시 응시자는 한국인 전체로 보면 얼마 안되기는 마찬가지다.

다비어 소장은 응시자가 시험을 보는 이유도 다르고, 교육 수준도 다른 점 등도 국가별 성적 비교가 안되는 이유로 들었다.

다비어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토플 응시자에서 대학.대학원생들의 비중이 한국보다 매우 높다.

중.고등학생들도 토플 시험을 보는 경우가 많은 한국이 응시자의 교육수준으로 볼 때 독일보다 점수가 낮을 수 있는 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비어 소장은 "개인별 성과를 보여주는 시험 결과를 놓고 나라의 성적을 비교할 수 없다"면서 토플 성적은 개인의 성과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의 영어 능력을 비교할 수 있는 테스트는 현재 없다"면서 "비교를 위해서는 새로운 테스트를 만들어야 하고 매우 신중한 표본 추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TS가 특정한 국가의 기자들만을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인 토플 응시자가 전체의 20%에 달하고 토익까지 포함해서 한국이 ETS로서는 세계에서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ETS는 이날 본부에서 20여분 떨어진 곳에 있는 시험지 배포.포장 센터인 '유잉 센터'도 한국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는 이곳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도 처음이라고 ETS의 토머스 유잉 대외.언론 담당 국장은 말했다.

ETS는 이곳에서 토플은 물론 미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등 각종 시험지와 성적표 등을 포장해 전세계 곳곳으로 보내고 있다.

핵심은 정확하게 제시간에 배송하는 것이다.

각 시험지는 응시자들에 맞춰 각 지역으로 배송할 수 있도록 종이상자에 포장되고, 봉인을 거쳐 특송업체 등을 통해 배달된다.

상자의 무게가 바코드에 인식돼 있는 것과 틀리면 내용물이 잘못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바로 검사소로 보내져 확인을 받게 돼있다.

종이상자에는 시험지임을 알 수 있는 표시는 전혀 없다.

팀 아처 공급망운영 책임자는 "지난해 50만개 이상의 박스가 배송됐지만 1건만 시간을 맞추지 못했을 뿐 잘못 전해진 것이 없었다"며 "짐바브웨 같은 곳이 배송에 가장 힘든 곳이지만 시험이 제때 치러질 수 있도록 사전에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프린스턴<美 뉴저지주>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