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非)은행지주회사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로비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 삼성 측은 한마디로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됐다면 삼성 입장에서는 지주회사를 만드는 게 더 어려워진다"며 "그런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로비를 했다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공성진 법안'이 통과됐더라도 삼성이 지주회사를 만드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삼성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시나리오 가운데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큰 것으로는 삼성생명 지분 19.34%를 갖고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이 지분을 출연해 보험지주회사를 만든 뒤 삼성생명 등 비은행 금융계열사를 자회사로 두는 방식이 꼽힌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2%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라는 점이 문제가 된다. 법안에 따르면 보험지주회사의 자회사(삼성생명)는 비금융 손자회사(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없게 돼 있다. 따라서 보험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되는 삼성생명은 전자 지분을 내다팔아야 한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지금도 삼성전자의 지분율이 충분하지 않다고 하는데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삼성 특수관계인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31.29% 수준이어서 삼성생명이 지분을 내다팔 경우 경영권에 위협이 가해질 수 있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삼성 측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생명이 보유한 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이 사들이면 가능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일축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 지분 1%를 사는 데 1조원가량이 들어간다"며 "물산이 수조원을 들여 전자 지분을 사야 하는 이유도 없고 여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법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에 속한 교수들조차 삼성이 불만족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로비 주장은 뭔가 큰 오해를 하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 밖에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워 로비설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보험지주회사가 직접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것은 수십조원의 자금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삼성물산을 일반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도 삼성생명을 자회사로 둘 수 없는 규정 때문에 고려할 수 없는 안이라는 설명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 용어풀이 ]

◆공성진안=금융지주회사는 은행 보험사 금융투자회사(옛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등 금융 관련 자회사만을 둘 수 있다는 규정을 고쳐서 비은행금융지주회사는 금융사와 일반회사를 동시에 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도록 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정확하게는 금산(金産)복합지주회사로 가는 길을 열어준다는 의미를 가진다.

◆박종희안=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가질 수 있는 한도를 4%에서 10%로 높여주는(본회의에서 9%로 수정 의결) 은행법과 쌍둥이처럼 은행지주회사의 지분 보유 한도도 똑같이 10%로 올려주는 내용(본회의에서 9%로 수정해 표결했으나 부결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