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7일 노동 유연성과 관련한 개혁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 정부의 대책 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과천 기획재정부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고 "노동 유연성 문제는 금년 말까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국정 최대 과제"라고 못박았다. 근로기준법과 비정규직법 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 관련법 개정 작업을 힘있게 밀고 나가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발언 의도는

청와대 관계자는"고용 및 임금 부문의 노동 경직성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소의 소신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시장이 유연해지면 기업의 채용 확대로 오히려 고용 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는데 현실은 그 반대로 가고 있는 데 대한 강한 불만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의 고용 분야 경쟁력이 178개국 중 152위를 기록해 거의 꼴찌 수준이라는 세계은행의 조사에서 볼 수 있듯,한번 채용하면 해고가 어렵다 보니 기업들이 비정규직 또는 파견근무자를 선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경제위기에 따른 실업난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과 공기업 노사가 고임금 구조와 경직된 고용정책으로 노동시장 유연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이에 대해 이 대통령이 경고성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이런 정황은 10여년 전의 외환위기 때와 유사하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서 대기업 정규직 노조를 중심으로 해고 요건을 더욱 어렵게 하는 바람에 비정규직 노동인구가 급속도로 증가,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했다. 또 전투적 노사문화가 관행처럼 이어져 경제 발전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정부는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과거 외환위기 때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점이 크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 당시를 반면교사 삼아 이번엔 고용 유연성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청와대 참모는 "외환위기 때 노동 현안에 대한 개혁을 하지 못하면서 노사관계의 후진성을 그대로 안고 왔다"며 "이번 기회에 근본적 변화를 이뤄내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기업들이 채용을 확대하고,이어 고용 안정성 확보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자는 것이 이 대통령의 기본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 등 개정 탄력받을 듯

정부는 근로기준법 · 비정규직법 개정 및 노사관계 선진화 작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해고의 유연성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경직된 고용제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토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올해까지 끝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의 규모와 대상에 따라 해고를 비교적 자유롭게 하도록 규제를 완화,노동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제위기와 같은 급박한 변화에 기업이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노동부는 올해 초 근로기준 선진화 연구 방안에 대한 용역을 외부 기관에 맡겼다. 상반기 중 연구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토론회 등을 거쳐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는 정리해고 요건 완화 외에 해고 계획의 노조 통보 시점 단축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기간제 · 파견근로자의 고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은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에 밀려 논의 자체가 유보된 상태다. 노사관계 선진화는 노동조합의 지나친 간섭이 임금과 고용의 경직화를 불러온다는 차원에서 정부가 개선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홍영식/고경봉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