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채용·승진때 노조와 합의…노조활동 비판 간부 징계 회부
상당수 공기업 노동조합들이 직원 채용,승진 등 경영진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에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노조는 조합 활동에 비협조적인 직원을 징계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가 하면 과도한 특근 수당,특별 휴가 등을 주도록 단체협약에 명문화한 곳도 많았다.

이 같은 사실은 297개 공기업들이 '공공기관 경영공시 시스템(알리오)'에 올려놓은 단체협약을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분석 결과 상당수 공기업 노조들은 단체협약에 직원 채용 및 이동,근무 평가,승진 등을 실시할 때 사전에 노조와 협의 또는 합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경영진의 고유 권한인 인사 · 경영권을 사실상 노조가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기관별로 보면 한국석유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 국민연금관리공단 등은 노조원이 순직하거나 공무 중 부상당했을 경우 배우자나 직계 자녀를 특별 채용하도록 규정했다. 한국공항공사 노조는 구조조정이나 합병 · 분할,조직 개편 등을 노사 '협의'가 아닌 '합의'를 거쳐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단체협약에 명시했다. 철도시설공단의 경우 노조가 정원 확대를 요구할 경우 경영진이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노조 전임자 등에 과도한 신분 보장을 해 주는 곳도 많았다. 한국가스공사는 단체협약에 노조 전임자에 대해서는 쟁의 행위에 따른 민 · 형사상 조치를 취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불법 쟁의를 주도한 노조 전임자가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게 한 셈이다.

한국전력 인천공항공사 등은 노조 간부에 대한 인사 또는 징계를 사전에 노조와 합의할 것을 요구했으며 철도시설공단과 한국도로공사는 노조 전임자에 대해 최고 수준의 근무평가 점수를 주도록 하는 내용의 특혜 규정을 뒀다. 한국공항공사는 노조가 요구할 경우 조합 활동에 반대하는 비조합원을 징계 회부할 수 있도록 했다.

노조의 요구로 각종 수당,휴가 등을 지나치게 후하게 주는 곳도 부지기수였다. 예탁결제원과 한국거래소 산업연구원 조세연구원 여성정책연구원 등의 노조는 법정 휴일과 정기 휴가를 제외하고도 30~40일을 특별 휴가,경 · 조사 휴가로 이용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방송통신대 수업 참여 등 사내 정식 연수가 아닌 개인적인 학업에 대해서도 특별 휴가를 주고 있었다. 또 철도공사와 산업연구원은 근로 시간을 법정 기준인 월 209시간보다 적은 184시간으로 정해 야근 수당 등을 많이 받고 있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다수 공기업 노조들이 사측을 압박해 민간 기업에 비해 과도한 복리 후생을 챙기거나 인사 · 경영권에 관여하고 있다"며 "일부 공기업에선 기관장이 자리 보전을 위해 노조와 담합하는 행태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연말까지 감사원 등을 통해 탈법적 단체협약을 맺는 등 노사 합의를 빙자해 방만 경영을 하는 공기업을 적발한다는 방침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