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결과 납땜 공기호흡기 충전 2분만에 '펑'

산소없는 '납땜' 공기호흡기를 제조.판매한 일당에 검찰에 적발됨에 따라 자칫 살인무기로 둔갑할 수 있는 불량 인명구조용 공기호흡기의 유통경로와 위험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기호흡기는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2005년 1월부터 지하철 역사 등 100명 이상의 다중이용시설에 의무적으로 비치토록 한 구명용 소방장비 가운데 하나다.

현행법상 병원, 백화점, 호텔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공기호흡기를 비치하지 않을 경우 200만원 이상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에 구속 기소된 소방장비 업자 김모(52) 씨 등은 이 같은 규정을 노려 목숨을 담보로 한 불량 공기호흡기를 만들어 자신의 주머니를 채웠다.

일부 소방공무원들의 안이한 생각도 이들의 범죄에 일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검찰에 적발된 소방공무원 4명은 평소 소화기 등 소방장비를 납품하던 업자 김모(52) 씨에게 내용연수(耐用年數) 15년이 지난 공기호흡기 230대를 무상으로 넘겼다.

공기호흡기는 내용연수가 지나면 몸통 중간을 완전히 절단해 폐기처분함으로써 재활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들 소방공무원들은 이를 무시하고 공기호흡기에 5cm 크기의 구멍을 뚫거나 이 같은 과정마저 생략한 채 통째로 김 씨 등에게 넘긴 것이다.

김 씨 등은 소방서에서 폐기처분한 호흡기 230개를 넘겨받아 구멍을 납땜으로 메운 뒤 땜질 부위에 자체 제작한 제조업체 상표를 붙여 판매했다.

구멍을 뚫지 않고 버린 호흡기는 도색을 해 정상제품으로 둔갑시켰다.

물론 쓰레기로 버려진 마스크, 호스, 압력계 등은 재활용됐다.

이 같은 불량 공기호흡기는 정상제품 가격(개당 123만원)의 60% 수준인 70만-75만원에 서울.경기 지역 중간판매책을 통해 병원, 영화관, 대형 할인마트 등 수도권 및 경남 47곳의 다중이용시설에 200여개가 팔려나갔다.

이들 시설은 과태료를 내지않기 위해 불량품인 줄 알면서 싼값에 납땜 공기호흡기를 구입해 비치해 놓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불량 공기호흡기는 특히 마스크, 압력계, 호스 등이 규격에 맞지 않아 화재현상에서 전혀 제구실을 할 수 없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또다른 문제는 이들이 유통시킨 '납땜' 공기호흡기는 내부 압력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산소를 압축 저장할 수 없어 화재 때 구명장비로 전혀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면 납땜 공기호흡기는 얼마나 위험할까.

검찰과 한국가스공사는 전문업체의 도움을 받아 4일 오후 대구시 달성군에서 납땜 공기호흡기의 용기 파열 실험을 했다.

이들은 야외에 설치된 가로.세로 각 2m, 높이 2.5m의 실험용 벙커안에 내용연수 15년이 지난 공기호흡기 1개와 지름 5㎝의 구멍을 뚫은 뒤 납땜한 공기호흡기 3개를 차례로 넣고 압력 테스트를 했다.

1989년 5월에 제작된 호흡기는 5분19초만에 510bar(10bar는 1mpa)에서 터져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용기가 갈기갈기 찢어졌다.

그러나 납땜한 공기호흡기는 불과 1분32초-2분19초만에 174baar-192baar의 압력에 터졌다.

이 과정에서 납땜한 부위가 총알처럼 튀어나와 사람이 맞을 경우 치명상을 입을 수 있을 정도였다.

내용연수가 지나거나 납땜한 불량 공기호흡기는 폭발 위험성 때문에 화재현상에서는 구조용 장비가 자칫 살인무기로 돌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중된 것이다.

그러나 공기호흡기의 불량 여부는 화재 등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사용하지 않고 비치하기 때문에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소매상들도 공기호흡기를 어디에 판매했는지 자세히 기록하지 않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납땜 공기호흡기가 유통됐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김 씨 등이 판매한 납땜 공기호흡기를 전량 수거했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이들 외에 다른 업자들도 이 같은 납땜 공기호흡기를 제조.판매했을 가능성이 있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김세영 고유선 기자 thedope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