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한 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불구속 기소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임채진 검찰총장의 선택이 주목된다.

`포괄적 뇌물죄' 혐의를 받는 노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길 것은 확실한 가운데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법과 영장 청구 절차 없이 바로 불구속 기소하는 방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임 총장이 검찰사(史)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이 `역사적인' 선택을 홀로 해야 하거나 전권을 쥐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검찰 총수인 그의 판단이 최종 결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정권 교체 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인 만큼 임 총장이 어떤 선택을 하든지 정치적 해석과 여론의 찬반 논쟁이 한동안 뜨겁게 벌어질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인만큼 그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임 총장 개인적으로도 자신을 임명한 노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를 자기 손으로 할 수밖에 없는 얄궂은 운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는 2007년 11월 취임사 때 "있는 건 있다 하고, 없는 건 없다 하겠다"며 국민적 관심이 집중한 현안을 신속ㆍ공정하게 처리하되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배제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밝혔지만 검찰을 둘러싼 정치적 지형은 만만치 않았다.

2007년 12월 대선 2주 전이라는 예민한 시점에서 검찰이 `BBK 사건'을 무혐의로 결론짓자 검찰 수사의 `정치성'을 두고 임 총장에 대한 평가는 그의 `본심'과는 상관없이 극과 극으로 갈린 적도 있다.

임 총장은 이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마다 검찰 간부를 한 자리에 모아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참석자의 의견을 끝까지 청취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편향성 시비를 최소화하는 의사 결정 과정을 거치는 모습을 보여왔다.

노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임 총장은 고검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를 불러모아 난상토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업무 스타일 때문에 임 총장은 검찰 내 공감대를 넓게 형성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임걱정'이라는 듣기에 썩 유쾌하지 않은 별칭을 얻었다.

검찰 총수로 어느 방향으로든 명쾌하게 결단을 내리기보다는 `좌고우면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노 전 대통령 수사를 하면서 최종 결론을 놓고 검찰 내부뿐 아니라 친분이 있는 외부 인사의 의견을 청취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탈정치성'을 선언해왔던 그의 `정치성'이 오히려 드러났다는 비난도 일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앞서 "영장 청구 여부는 `전적으로' 검찰이 결정할 문제"라며 "법과 원칙에 따를 뿐,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반면 검찰의 한 간부는 4일 "이번 사건처럼 국민적 관심을 받는 사안이라면 검찰을 벗어나 외부의 여론과 전망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놓고 `외풍을 자초했다'고 무턱대고 비판할 일만은 아니다"라는 견해를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