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1주년' 기념집회가 열린 지난 2일 서울 도심은 또다시 과격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도심 곳곳을 불법 점거한 시위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대신 '이명박 정권 타도' 등 사실상 반(反)정부 구호를 외쳤고,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거나 호신용 최루액을 뿌려댔다. 이들의 방해로 서울광장에서 열리던 '하이 서울 페스티벌 봄축제'의 개막 행사도 무산됐다. 경찰은 시위 현장에서 모두 112명을 연행했다.


◆사실상 반(反)정부 집회

'촛불 1주년' 집회는 당초 2일 오후 4시 서울역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찰의 원천봉쇄로 행사는 오후 4시40분께 약식으로 열렸다. 촛불시민연석회의가 개최한 이 집회에는 시민단체와 시민 등 600여명(경찰 추산,주최 측 추산은 30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 참가자들은 오후 5시50분께 1차 집회를 마치고 광화문 방향으로 이동했다. 이 때부터 도로를 불법 점거해 도심교통이 마비됐다. 오후 8시께 1300여명(경찰 추산)으로 늘어난 집회 참가자들은 하이서울페스티벌의 개막식 식전 행사가 진행되고 있던 서울광장 무대를 점거했다. 시위대와 축제 참가자들이 뒤엉키면서 식전 행사와 개막식 행사는 전면 취소됐다.

경찰의 본격적인 해산작전이 시작되자 시위대 중 500여명은 오후 9시께 명동 밀리오레 부근으로 이동해 시위를 이어가다 11시40분께 모두 해산했다.

시위대들은 이날 사실상 반정부 구호를 외쳤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며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이명박 정부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찬배 민주노총 전국여성노동조합 연맹 위원장은 "83만6000원인 최저 임금마저도 깎겠다는 정권을 보면 기가 막힌다"며 "부자들 세금은 깎고 서민들 생계를 위협하는 이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권이냐"고 비판했다.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던 시위대는 '이명박 정권 퇴진' '독재 타도' '비정규직 철폐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폭력 시위로 국력 낭비할 시간 없어"

경찰은 원천 봉쇄와 강제 해산으로 맞대응했다. 경찰은 1차 집회가 열릴 예정이던 서울역 광장을 차량 등으로 막아 시위대가 모이지 못하도록 했다. 오후 6시부터 7시까지는 서울광장으로 통하는 모든 출입구를 봉쇄하고 강제로 방화 셔터를 내렸다. '하이 서울 페스티벌' 행사에 시위대가 참여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시위대가 하이 서울 페스티벌 행사를 무산시킨 이후에는 강제 해산 및 연행작전에 돌입했다. 경찰은 오후 8시10분 일반 시민의 귀가를 유도한 뒤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충돌이 빚어졌고,시위대 69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이어 명동 등에서 시위를 이어가던 41명도 추가 연행했다.

앞서 불법 집회에 엄중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경찰은 이날 161개 중대 1만3000여명을 동원해 시위대를 진압했다.

정부도 2일 오후 김경한 법무부,이달곤 행정안전부,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등 3개 부처 장관 명의로 합동담화문을 발표하고 폭력시위 자제를 호소했다.

김 법무장관은 담화문에서 "지금 우리는 전대미문의 막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는 데 국민적 역량을 모아야 하며 폭력시위로 국력을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담화문은 또 환율 등 영향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 외환수지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그들이 즐겨 찾는 도심 한복판에서 폭력시위가 계속 벌어진다면 발길을 돌리고 말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3일 축제 행사 무산에 대한 성명서를 내고 "서울문화재단이 추산한 직접 피해액은 3억7500만원이지만 간접비용과 축제 이미지 실추까지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며 "정확한 피해 규모를 산정해 사법기관이 시위 주체의 신원을 밝히는 대로 민 · 형사상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봄맞이 축제를 위해 가족과 함께 즐겁게 행사장에 둘러앉은 시민들이 시위대들에 몰려 이리저리 쫓기다 울분에 찬 귀가를 해야 했던 피해는 헤아릴 수 없는 규모"라고 덧붙였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