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세 수녀 진단결과가 관건

신종 인플루엔자인 '인플루엔자 A(H1N1)' 추정환자로 처음 진단됐던 50대 수녀(51)가 결국 신종플루에 걸린 것으로 확인돼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50대 수녀는 신종플루 발생국(멕시코)에서 감염된 `1차 감염' 환자인 만큼, 밀접한 접촉이 있었던 40대 수녀(44)의 확진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가 국내 유행 가능성을 점칠 방향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만약 40대 수녀도 신종플루 감염으로 확진될 경우 `사람끼리 감염'을 뜻하는 `2차 감염'이 일어났다는 의미여서 전국적인 대유행(pandemic)까지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당국과 보건의료계 전문가들이 가장 걱정하는 점은 50대 수녀의 감염 확인으로 40대 수녀의 감염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는 사실이다.

두 수녀가 모두 추정환자 단계일 때부터 2차 감염 가능성이 점쳐졌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은 브리핑에서 확진 판정으로 2차 감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2차 감염 발생 여부가 중요한 것은 신종 바이러스가 새로운 지역에 유입된 뒤에도 충분히 전파ㆍ확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박승철 신종인플루엔자대책위원장은 "신종 바이러스의 사람 간 전파는 보편화된 것으로 국내에서도 상당수 환자 발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2차 감염이 일어나면 보통 국가재난단계는 현재 `주의'에서 `경계 단계(신종 전염병이 전파되는 단계)'로 격상되지만, 보건 당국은 이번 케이스는 조금 다르다는 입장이다.

2차 감염이긴 하지만 같은 숙소에서 생활하고 승용차 안에서 밀접한 접촉이 있었던 만큼 40대 수녀의 감염이 확인된다고 해도 '확산'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이종구 본부장은 "감염환자와 두번째 추정환자는 같은 케이스로 본다"고 말했다.

40대 수녀 추정환자는 지난 26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동료 수녀인 50대 감염환자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숙소인 경기도의 A수녀원으로 데리고 왔다.

이틀 후인 28일 50대 감염환자가 추정 환자로 진단되자 이 여성은 같은 날 함께 사는 40명과 함께 항바이러스제를 투여받았다.

그러나 밤부터 기침, 인후통, 콧물 등의 급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 다음날인 29일 오전에 인근 보건소에 신고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40대 수녀를 제외한 나머지 동료 수녀들은 보건 당국의 검사 결과 '증상 없음'이 사실상 확인됐다는 점이다.

A수녀원에서 함께 생활한 다른 사람들은 신종플루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뜻이어서 지역 내에 전파했을 가능성이 작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래서 보건 당국은 외출을 막지 않고 있다.

1일엔 A수녀원 소속 수녀 20여 명이 택시 등에 나눠타고 외부의 성당에서 미사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감염이 확인된 50대 수녀와 추정환자인 40대 수녀 모두 지금은 급성 호흡기 증상이 모두 사라져 퇴원을 준비하는 점도 보건 당국에 희망을 주고 있다.

이들은 항바이러러스제 '타미플루'를 꾸준히 복용하면서 증상이 없어졌다고 주치의인 이종구 국군수도통합병원 감염내과장은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