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조사를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귀갓길은 무척 빨랐다.

노 전 대통령은 1일 새벽 2시10분께 대검 청사에서 버스에 올라 3시간45분 만인 오전 5시55분께 사저가 있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전날 검찰에 출석할 때 5시간17분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1시간32분이나 빠르게 이동한 셈이다.

경호상의 이유로 사정에 따라 이리저리 경로를 바꿔가며 374㎞를 달렸던 검찰 출석 길과는 다르게 귀갓길은 대검 청사에서 봉하마을까지 최단 경로가 선택돼 이동거리는 정확히 351㎞였다.

노 전 대통령이 탄 버스는 귀갓길에서도 경호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이동했고, 10여대의 취재 차량이 따라붙어 추격전을 벌였다.

버스는 대검 청사를 빠져나오면서부터 속도를 내기 시작해 출발한 지 5분도 안 돼 서초 나들목(IC)을 통해 경부고속도로에 올라섰다.

버스가 질주하자 다급해진 10여 대의 취재차량은 맹렬한 추격에 나섰다.

특히 서초나들목에 진입할 때는 버스에 조금이라도 더 바짝 다가가려는 취재차량이 한꺼번에 한 차로에 몰리면서 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고속도로에서 버스는 평균 시속 100∼120㎞로 달렸다.

가장 빠를 때는 속도계가 시속 150㎞를 가리켰지만 일부 취재진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선루프를 통해 상체를 차량 바깥으로 내밀고 촬영하는 아슬아슬한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을 태운 버스는 신갈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나서 여주분기점을 거쳐 중부내륙고속도로로 접어든 뒤 김해로 향했다.

이 버스는 오전 4시12분께 중부내륙고속도로 하행선의 선산휴게소에 들러 취재진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운전기사만 화장실을 다녀왔을 뿐, 노 전 대통령이나 수행원 어느 누구도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버스는 정차 6분 만에 휴게소에서 나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이 탄 버스는 오전 5시28분 칠원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에 들어선 뒤 오전 5시40분 동창원 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빠져 나갔다.

버스는 이후 봉하마을까지 이동하며 딱 한차례 신호등에 걸렸다.

이는 검찰에 출석하던 길과 귀갓길을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고속도로에서 벗어난 버스가 약 15분을 더 달려 봉하마을에 안전하게 도착한 것은 오전 5시55분께.
주민과 노사모 회원 등 지지자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서 버스에서 내린 노 전 대통령은 10시간 가까운 조사를 받은데다 장거리 여행을 한 탓인지 피곤하고 지친 표정으로 사저 안으로 들어갔다.

(서울∼김해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