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ㆍ고전염성 변종 바이러스 출현 대비해야
과학기자협ㆍ과기한림원 토론회서 전문가들 지적


전 세계에 확산하는 돼지인플루엔자(SI)는 각국의 의료ㆍ방역 수준과 바이러스 독성 등으로 볼 때 기존 대유행(pandemic) 인플루엔자와는 다르기 때문에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전염성 강한 이 SI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인 H5N1 조류인플루엔자(AI)와 결합할 경우 고병원성ㆍ고전염성의 신종 바이러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과학기자협회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3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돼지 인플루엔자(SI)의 과학적 실체와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지나친 공포심을 경계하면서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체계적인 대비를 주문했다.

충남대 수의과대 김철중 교수는 '신종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적 특성과 국내 현황'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이번 SI 바이러스는 사람과 돼지, 조류 인플루엔자의 유전적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근래에 갑자기 생긴 것이라기보다는 수십 년간 변이를 거쳤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내 돼지에서 발견되는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유전적으로 이번 SI 바이러스와 크게 달라 전염성과 병원성 모두 약하지만, 이런 바이러스들이 앞으로 어떤 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 피해를 줄지 모르므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인수공통전염병학회 회장인 박승철 삼성의료원 고문은 지정토론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인플루엔자 경보를 대유행 전단계인 5단계로 높였지만 이번 SI는 기존 대유행 인플루엔자와는 다른 면이 많다"며 심각하게만 볼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대유행 인플루엔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병독성인데 이번 SI는 멕시코에서만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고 통계에 계절성 독감도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는 등 전통적 개념의 대유행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전염병은 바이러스와 인간의 전쟁인데 사람들의 면역력도 좋아지고 과거보다 의료수준과 방역수준도 잘 갖춰져 있어 대유행의 정의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며 국가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질 것"이라며 "개인들은 SI에 대비해 무엇보다 손으로 코나 입을 만지지 말고 손을 가능한 한 자주 씻는 등 위생에 주의하고 충분한 휴식으로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대 수의과대 이영순 교수도 "현재 정부가 이번 SI에 효과가 있는 타미플루 비축량을 250만명 분에서 500만명분으로 늘리기로 했고 WHO가 SI 바이러스 표준균주를 보내오면 국내에서도 백신 개발에 들어갈 것"이라며 지나친 공포심을 경계했다.

또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SI는 병원성은 약한 반면 전염성은 강하다면서 이것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와 결합해 고병원성ㆍ고전염성 신종 바이러스가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서울대 수의과대 김재홍 교수는 "이번 SI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인 H5N1 바이러스가 고착화된 동남아 등에 확산할 경우 두 가지가 결합해 위험한 신종 바이러스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건국대 수의과대 송창선 교수는 "국내에 있는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들은 현재의 SI 바이러스와는 유전적으로 거리가 멀지만 이것이 들어오면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충남대 김철중 교수도 "인수공통전염병에는 가축에서 유래한 것들이 많아 동물에서 먼저 차단이 안 되면 계속 사람을 위협할 수 있다"며 "사람의 전염병을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제도가 필요하고 위험한 저개발국에 대한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scite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