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행사를 놓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내부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위기 등을 감안해 양대 노총 지도부가 과격성을 지양하기로 한 데 대해 내부 강경파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30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산하 산별연맹인 공공노조연맹과 노동절 행사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한국노총은 노동절인 1일 서울 잠실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오전 9시부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전 국민 마라톤 대회'를 갖는다. 공공노조연맹은 같은 장소에서 '정부의 일방적 공기업 정책 분쇄와 노사자율교섭 쟁취를 위한 공공 결의대회'를 오전 8시30분부터 열겠다고 결정,한국노총과 한때 고성이 오가는 갈등을 빚었다. 공공노조연맹은 결국 집회를 취소키로 했지만 양측 간 갈등의 불씨는 남게 됐다.

민주노총도 노동절 행사를 놓고 내부 반발에 시달리고 있다. 민주노총은 당초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범국민대회를 열기로 했지만 경찰이 행사 허가를 내주지 않자 충돌을 우려,장소를 여의도로 바꿨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학생과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만큼 안정적인 행사를 이어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부 산별노조 지도부는 "현 정권에 굴복하는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노동절 행사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일부 지역연맹 등은 "지도부가 자신들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서울 집중 집회를 결정했다"며 항의했다.

노동계 전문가들은 "양대 노총 지도부가 당분간 정부와의 대화기조를 유지키로 한 만큼 공기업 선진화 방안,비정규직법 개정안 등 각종 현안을 놓고 조직 내 강경파와 지도부의 갈등기류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