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고법이 전남대학교에 대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인가가 위법이라고 판단했지만, 취소를 명하지 않은 것은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현실적인 고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전남대의 로스쿨 인가를 취소해달라는 조선대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가 전남대를 인가한 것이 `위법'이라는 점을 별도로 판시했다.

특정한 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가 합당하다고 인정되면 통상 이를 인용한다는 점에서 처분이 위법하다면서도 취소를 승인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다.

재판부는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출범해 이미 신입생을 받아 운영 중인 전남대 로스쿨의 인가를 취소하면 입학생이 예상 밖의 큰 피해를 보게 되고 제도 자체에 큰 차질이 우려되는 점, 전남대가 서울 외 권역에서 2순위로 평가돼 어차피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즉, 인가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인정되지만, 그렇다고 인가 자체를 취소하면 이미 운영 중인 로스쿨이 `공중분해' 되는 등 사회적 비용이 큰 반면 이에 따른 실익은 작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처럼 청구의 정당성은 인정하지만 이를 기각하는 판결을 `사정판결(事情判決)'이라고 하는데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공공복리에 현저하게 반할 때 내려진다.

이 경우 판결 주문에서 처분이 위법이라는 점을 따로 밝히게 돼 있고 원고는 이를 근거로 국가나 해당 공공 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별도의 피해 구제를 모색할 수 있다.

이날 `전남대 교수가 자교에 대한 현지조사에서는 배제됐더라도 경쟁 관계에 있는 조선대 심사에 참여한 것 자체로 제척조항을 위반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신청 대학 전체를 상대로 예비 인가 대학을 선정하고 정원을 결정하는 15차 회의에 참석한 것은 잘못이라고 인정됐다.

따라서 판결이 확정되면 조선대가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심사 대상인 서울대와 이화여대, 경북대 교수가 15차 회의에 참석한 것을 두고 경쟁 관계에 있다가 탈락한 타 대학도 문제 제기를 하는 등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