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되자 경남지역 친노(親盧) 인사들은 한결같이 "유구무언"(有口無言)이라며 말을 아꼈으며 일부는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면서도 검찰 수사에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한 때 '리틀 노무현'이라 불렸던 김두관 전 민주당 최고위원과 노풍(盧風)을 타고 민주당의 불모지 경남 김해에서 당선됐던 최철국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소환에 따른 소감을 묻자 극도로 말을 아끼거나 말문을 닫았다.

최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될 때 이용할 교통편 등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면서도 "본인의 입장을 잘 알지 않느냐. 지금으로선 얘기를 안하는 것이 좋겠다"며 말은 삼갔다.

또 김 전 최고는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바로 끊었고 다시 전화연결을 시도하자 아예 받지 않았다.

그는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쓴 것으로 드러난 직후 노 전 대통령이 사과문을 발표하자 "마음이 편하지 않고 아쉽다"며 "돈 문제는 경계해야 했는데..돈은 얻어 쓸 사람한테서 얻어 써야지"라는 반응을 보였었다.

노 전 대통령 재임시 청와대 민원제도혁신 비서관을 지냈던 허성무 씨는 "착잡하고 가슴이 아프다"며 "작은 잘못이라도 있으면 처벌을 받아야하겠지만 수사내용을 보면 검찰이 과잉충성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국정을 챙기면서 가정적인 문제에는 시시콜콜 신경 쓸 틈이 없었을 것이며 고가의 시계를 받은 것도 당연히 몰랐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알았으면 말렸을 것이며 정상문 전 비서관은 권 여사와도 오랜 지인이기 때문에 자기들 끼리 주고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하귀남 변호사는 "두 세달 세월이 지나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며 노 전 대통령은 법조인이고 언론 생리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침묵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오해받을 일은 했지만 그렇다고 검찰의 태도는 과도하고 무례하면서도 모욕적"이라고 비난했다.

하 변호사는 이어 "이런 일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고 (검찰이) 그렇게라도 올가미를 씌운다면 당당히 받아들이겠다는 것이 노 전 대통령의 생각인 것 같다"며 "그렇다고 우리는 죽지 않으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는 여전히 살아있다"고 강변했다.

김성진 전 청와대 행정관도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다"며 "시중에는 노 전 대통령을 비난하기도 하고 현 정권이 심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여론이 나눠지고 있는 것 같다.

과연 현재까지 드러난 내용이 권력형 비리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경남 노사모 대표를 2번씩이나 지내고 청와대 근무도 한 적이 있는 김태환 민주당 의령.함안.합천 지역위원장은 "모든 것을 인정한다 해도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역사상 가장 깨끗하고 서민적이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검찰 수사는 표적.과잉 수사이며 도리가 아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또 "한국 정치 현실상 정치인이 학처럼 깨끗하게 살 수는 없는데 검찰이 대가성이 의심되는 성격의 돈과 액수로 소환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창원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b94051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