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인간→인간 감염확인.. 美ㆍ유럽ㆍ亞ㆍ중동 확산

봉쇄시기 실기..당분간 확산추세 막기 힘들듯


멕시코에서 발생한 신종 돼지 인플루엔자(SI)가 미국, 유럽, 중동 등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SI 바이러스의 인간 대 인간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28일 밝혔다.

WHO는 '3단계'였던 전염병 경보 수준을 전염병 위험의 상당한 증가를 뜻하는 '4단계'로 격상시켜 SI 감염에 대한 경각심 제고에 나섰으나, 감염확산을 봉쇄하기에는 이미 시기가 늦은 것으로 나타나 당분간 확산추세를 막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 세계에 걸쳐 SI 감염 공포가 고조되고 있으며, 각국이 잇따라 취하고 있는 자국민들의 감염국에로의 여행중단과 금수조치 등으로 인해 최근 회복 기미를 보이던 세계 경제의 추가 위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SI 진원지인 멕시코에서는 27일 페소화가 폭락하고 증시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SI 직격탄을 맞고 있다.

멕시코의 SI 추정 사망자의 수는 이날 현재 150명을 돌파했다.

호세 앙헬 코르도바 멕시코 보건장관에 따르면 SI 때문에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수가 149명에서 152명으로 늘어났다.

사망자 가운데 20명은 SI로 공식 확인했다.

멕시코에서는 또 SI로 판명되지 않은 폐렴 환자가 1천995명이나 있어 SI 감염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코르도바 장관은 "우리는 위기의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면서 "(사망자) 수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그는 SI 신규 사망자 수가 지난 25일 6명에서 26일 5명으로 줄어든 데 이어 27일에는 3명으로 줄어들었다면서 SI가 진정 기미를 보일 가능성이 있음을 처음으로 시사하기도 했다.

멕시코 정부는 멕시코시티와 2개 주에 내렸던 휴교령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등 SI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날 현재 뉴욕 28명을 포함해 텍사스 6명, 캔자스 2명, 오하이오 1명 등 SI 감염자가 50명으로 증가한 상태다.

특히 WHO는 이날 미국에서도 SI 바이러스의 인간 대 인간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혀 확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한스 트뢰드슨 WHO 중국 담당 수석대표는 이날 베이징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에서 인간 대 인감 전염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레고리 하틀 WHO 대변인도 제네바 유럽본부에서 브리핑을 통해 "멕시코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도 SI 감염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키고 있는 게 아닌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SI 감염은 캐나다에서 6명, 스코틀랜드에서도 2명이 판명됐다.

또 다른 6명은 의심환자로 분류된 상태다.

스페인에서는 2명이 SI로 확인됐고 25명이 의심환자다.

이스라엘에서도 2명이 SI로 판명됐다.

뉴질랜드에서는 SI로 확인된 사례는 없지만 의심환자가 43명이나 되며 프랑스에서도 1명이 의심환자로 분류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현재 멕시코 여행자 1명이 추정환자로 판명된 상태다.

태국에서도 여성 1명이 감명된 것으로 의심돼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러시아는 멕시코 여행에서 돌아온 한 여성이 SI 증상을 보이자 격리 조치했으며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도 SI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

멕시코, 미국과 인접한 북남미 지역에서도 SI 감염 의심 사례가 잇따르면서 SI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11명이 SI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돼 관찰 대상에 올랐으며, 칠레에서도 SI 의심 사례가 8건 보고됐다.

이와 함께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홍역을 치른 중국은 SI 상륙을 막기 위해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일본 정부도 이날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검역.입국 심사강화, 감염자 및 감염 우려자 격리 조치, 멕시코 방문 연기권고 등을 중심으로 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이처럼 각국이 SI의 자국 내 유입을 막기 위해 검역을 강화하는 한편 SI 발생지역에 대한 여행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SI의 확산을 봉쇄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은 27일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SI가 이미 광범위하게 퍼진 현 시점에서 봉쇄는 실현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라면서 봉쇄를 위한 국경 통제나 여행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지 말 것을 회원국 정부에 권고했다.

캘리포니아주 공중보건부의 보니 소렌슨 박사도 "'봉쇄'라는 단어는 현 시점에서는 부적절하거나 불필요하다"면서 "(SI를 봉쇄하기에는) 너무 늦었으며 SI는 지금 여기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시티.제네바.워싱턴연합뉴스) 류종권 이유 김재홍 특파원 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