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인플루엔자(swine influenza)'의 명칭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정부와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에서 이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오면서 세계보건기구(WHO)와 외신들은 이를 'swine influenza'로 표기했다.

기본적으로 돼지에게 감염되는 인플루엔자라는 이유에서다.

한국 언론은 이를 '돼지 독감' 또는 '돼지 인플루엔자'로 번역했으나 정부가 후자로 통일하기로 하면서 돼지 인플루엔자 또는 SI가 일반적 표기가 됐다.

'독감'이란 표현이 자칫 관련 축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조류 독감 때 닭.오리 소비가 감소했듯 이번엔 양돈 농가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조류 독감은 그래서 지금 쓰이지 않고 대신 조류 인플루엔자 또는 AI(avian influenza)로 표기되고 있다.

다만 SI의 경우 정부는 '계절성 독감(seasonal influenza)'과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쓰지 않기로 했으나 국내 언론은 표기의 경제성 때문에 쓰고 있다.

논란이 불거진 것은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이론을 제기하면서다.

OIE는 성명에서 "현재 이 질병에 걸려 죽은 돼지는 확인되지 않았고 이 인플루엔자는 (돼지뿐 아니라) 조류와 인간 바이러스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며 '북미(north-American) 인플루엔자'로 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1918년 스페인에서 발생한 '스페인 인플루엔자'나 1957년의 '아시아 인플루엔자', 1968년의 '홍콩 인플루엔자' 등도 모두 지역명을 따 명명된 경우다.

종교까지 논쟁에 가세했다.

정통 유대교 정당 소속인 이스라엘의 야코브 리츠만 보건부 부장관은 "돼지 인플루엔자가 아니라 '멕시칸(Mexican) 인플루엔자'로 불러야 한다고 권고한다"고 말했다.

'돼지'란 용어가 종교적으로 불쾌감을 준다는 것이다.

유대교와 이슬람교는 돼지를 불결한 동물로 간주해 돼지고기를 먹는 것을 금기로 여기고 있다.

대한양돈협회도 이날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사료값 폭등, 생산성 저하로 어려움을 겪는 양돈농가들이 억울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협조해달라"며 '북미 인플루엔자'를 써줄 것을 요청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