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사스 악몽은 더 이상 없다. '

돼지 인플루엔자(SI)에 대해 중국과 홍콩이 2003년 사스(SARS ·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수준의 고강도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에서 발원해 9개월여간 진행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35개국에서 8098명을 감염시키고 774명을 사망케 한 사스의 악몽이 재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멕시코 및 미국의 일부 지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조치를 취한 데 이어 리커창 부총리 주재로 대책회의를 가졌다.

사스 사태는 베이징시와 위생부 부장(장관)이 경질될 만큼 늑장 대응으로 화를 키웠다는 점에서 이번 멕시코 SI 사태와 비슷하다. 낙후된 위생 체계가 전염을 확산시킨 것도 닮은꼴이다. 사망자가 대부분 발원지에서만 발생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시 사스 사태에 비해 경제 환경은 차이가 많다는 지적이다. 당시 사스가 중국의 경제 과열을 진정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던 것과는 달리 이번 사태는 글로벌 경제가 동반 침체에 들어간 시기에 터져 설상가상이라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사스와 SI 발원지인 중국과 멕시코의 대응 방식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은 주민들의 이동을 철저히 통제하면서 환자를 격리시켜 전염 확산 차단에 성공했다. 위기 때 필요한 일사불란한 대응이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멕시코에서 이 같은 사회주의식 통제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사스 창궐 때 미국에서는 환자를 격리 조치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