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 예술은 역사의식,시대성,영원성을 투영하는 것입니다. 국내 도예인의 창의적인 기질을 밀어 주고 끌어 주면 도자 문화가 충분히 국제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의 도자는 전통과 실력을 갖춘 만큼 '수출 효자' 산업으로도 유망합니다. "

지난해 4월 한국도자협회 회장으로 취임해 '도자문화 전도사'로 변신한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73).다음 달 6일부터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열리는 '한 · 중 도자명인 100인전' 준비에 여념이 없는 강 회장은 "국민 1인당 소득 3만~4만달러 시대에는 경제와 문화가 같이 가야 국력을 추동하는 힘이 생긴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회장은 "우리 생활 역시 서로 싸우고 깨지는 그동안의 '플라스틱 문화'에서 질서와 예의를 중시하는 '도자기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박현 한국학연구소 소장과 도자 명인들의 제의를 받고 회장직을 수락했다고 한다. "'미래촌'이라는 미래지향 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는 이언오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를 통해 도자 명인들과 가깝게 지내게 됐습니다. 도자 명인들이 작업하는 문경과 이천 등을 방문해 국내 도자 문화의 현실을 접해 보니 예술성에 비해 대중화가 너무 더디다는 생각을 했어요. "

한국도자문화협회 '수장'으로 그가 기획한 첫 사업이 '한 · 중 도자명인 100인전'이다. 이 전시회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한국과 중국 도자 명인들의 대표작 300점을 한자리에 모아 도자 문화의 저변을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그는 "우리의 도자는 상당한 전통과 역량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으로 중국 및 일본에 비해 위상이 많이 뒤져 있어 안타깝다"며 "그동안 많은 수혜를 입고 살아 온 지식인으로서의 책임감,오랜 세월 경제 관료로서 쌓아 온 역량과 경험을 토대로 우리 도자 예술을 문화 산업의 중요한 부분으로 육성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 경제부총리를 맡았던 탓에 한때 외환위기 책임론에 시달렸다. 법원 판결로 '국가 부도의 장본인'이란 오명을 벗은 강 회장의 현 경제에 대한 진단은 무엇일까. 그는 "정부가 경기 부양 수단으로 부동산 활성화를 적극 검토하는 것 같은데,장기적으로는 문화에 투자하는 게 고용 · 생산 유발에 훨씬 효과적"이라며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현재 동부그룹 상임 고문,국가경영전략연구원 이사장,미국의 경제교육 프로그램인 JA(Junior Achievement)를 운영하는 JA코리아 이사장직 등을 맡고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