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이 2007년 9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는 1천억원대 부외자금을 조성해 횡령하고 계열사로 편입될 주식을 아들 의선씨 등에게 저가로 배정해 기아차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1심은 징역 3년을 선고하면서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법정구속하지 않았고, 2심은 형량을 더 낮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명령을 내려 `유전무죄' 논란을 촉발시켰다.

양형위가 이날 살인, 뇌물, 성범죄, 강도, 횡령, 배임, 위증, 무고 등 8개 주요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확정함에 따라 앞으로 이 같은 논란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횡령ㆍ배임 = 피고인이 회사 자금 담당자들과 공모해 은행 지불준비금 60억여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한 뒤 빼돌렸다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일단 피해금액이 50억∼300억원에 해당해 기본 형량이 4∼7년이지만 범행 수법이 불량하다고 봐 형량이 가중되면 5∼8년형을 선고받게 된다.

정 회장 사건은 횡령액이 1천억원대여서 5유형에 속한다.

또 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켰고 지배권 강화를 목적으로 범행하는 등 가중처벌 요소가 많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새 양형기준으론 형량이 가장 센 7∼11년을 선고받게 될 처지였다.

◇뇌물 = 정부부처 과장이 업무청탁 명목으로 7천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면 수수액수가 5천만∼1억원이어서 제4유형에 해당한다.

특별한 가중ㆍ감경요소가 없기 때문에 기본 형량의 적용을 받아 5∼7년을 선고받게 된다.

종전 판결의 형량은 징역 3년6월이었기 때문에 형량 범위가 상향조정된 것이다.

수사가 시작된 이후 뇌물을 반환했거나 공무원으로 장기간 근무했다고 할지라도 이런 요소는 양형인자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형량 결정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성범죄 = 만약 피고인이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12세 여학생을 자기 집으로 데려와 술을 먹이고 성폭행했다면 제3유형에 해당해 5∼7년을 선고받는다.

또 술에 취한 피고인이 심야에 식당에 침입, 자는 식당 여주인을 성폭행한 경우에는 `주거침입 등 강간'에 해당해 제2유형으로 징역 4∼6년형을 선고받게 된다.

◇강도 = 새벽 3시 20대 초반의 여성 피해자를 흉기로 위협한 뒤 휴대전화와 가방 등 70만원 상당의 물품을 훔치고 전치 3주 상당의 상해를 입힌 경우에는 특수강도 유형에 해당해 기본 형량이 4∼7년이다,
그러나 서로 합의했다면 징역 3∼6년으로 형량이 감경될 수 있다.

반면 심야에 여성이 혼자 있는 약국이나 미용실 등에 침입해 흉기로 위협한 뒤 6차례에 걸쳐 강도 행각을 벌인 사건의 경우에는 형량이 8∼12년에 달한다.

기본 형량은 6∼10년이지만 범행 횟수가 5차례 이상이어서 형량이 가중되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