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3일 구속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불러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 건너간 600만달러 등이 포괄적 뇌물인지 캐묻는 등 노 전 대통령 소환조사 대비에 주력했다. 검찰은 이날 정 전 비서관이 빼돌린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3억원을 차명으로 관리한 지인 최모씨와 이모씨를 다시 불러 조사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차명계좌 명의자들이 정 전 비서관만의 지시를 받았는지,(15억5000만원의) 일부 사용처와 이에 대한 이자 등을 어디에 썼는지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특수활동비를 차곡차곡 빼돌린 뒤 (2억~3억원 등) 일정 액수에 도달하면 또 다른 지인 정모씨를 시켜 최씨와 이씨에게 전달하거나 이 두 사람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 돈이 노 전 대통령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조사 중이다.

홍 기획관은 "차명계좌 명의자 중 범죄수익과 관련있는 사람(최씨와 이씨)은 두 명이며 이들은 15억5000만원이 불법 자금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정 전 비서관이 돈을 세탁하는 역할을 담당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씨는 2006년 8월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 받은 3억원과 빼돌린 대통령특수활동비 2억원을 정 전 비서관에게 직접 받아 서울 서초동 모 상가임차보증금 명목으로 관리하면서 매월 500여만원의 임대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정 전 비서관과 적극적으로 공모해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지원 자금을 관리한 것이 아닌지 확인 중이다.

검찰은 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와 아들 건호씨에게 건너간 500만달러에 대한 추가 조사를 위해 24일 연씨를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 부부의 2006~2007년 외환송수신금 내역을 조사한 결과 별다른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이 앞서 보낸 A4용지 7장 분량의 서면질의서는 22일 오후 9시께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이번 주말에 받아본 뒤 신속한 검토를 거쳐 4월29일 재보궐선거 이후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날짜를 확정하기로 했다. 홍 기획관은 "(봉하마을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출발시간과 도착시간을 특정하기 어려워 조사 시간을 정하는 데 상당한 애로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이 2006년 11월~2007년 12월 박 회장이 추진하던 베트남 화력발전소 건설수주 사업을 지원했다는 부분 등에 대해서는 단순히 노 전 대통령 측이 박 회장에게 특혜를 줬다는 관점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수출기업 지원 등 여러가지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