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파괴'는 무죄..형량 다시 정하라" 파기환송

2007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해 해상 크레인과 유조선 양측 관계자들의 형량을 다시 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주된 혐의인 해양오염방지법 위반은 유죄로 인정되지만 업무상과실 선박파괴 혐의의 경우는 손상의 정도가 파괴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돼 무죄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1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23일 해양오염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중공업 예인선단 선장 조모(53)씨에게 징역 2년6월에 벌금 200만원, 홍콩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 선장 차울라(37)씨에게 금고 1년6월에 벌금 2천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또 조씨 이외에 예인선 선장 김모(41)씨에게 징역 1년6월, 예인선단의 실질적 책임자 김모(47)씨에게 징역 8월, 허베이스피리트호의 1등 항해사 체탄시암(34)씨에게 금고 8월에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한 원심도 파기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과 허베이스피리트선박 주식회사에는 각 벌금 3천만원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조 씨는 근접 거리에 있는 위험 선박을 발견할 경우 관제소 및 상대 선박과 신속히 교신을 취해 충돌을 피하는 조치를 강구해야 하는데도 게을리했고, 김 씨도 기상악화로 예인능력이 제한ㆍ상실되는 경우 적절한 시점에 비상조치를 시행토록 해야 하는데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체탄시암 씨는 근접해 진행하는 선박이 있는지를 살펴본 뒤 상대 선박이 항해능력을 잃은 것으로 의심될 경우에는 신속히 닻을 올려 정박 장소로부터 이동하는 등 충돌을 피할 수 있도록 즉시 선장을 호출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차울라 씨도 충돌 위험이 발생한 때에는 신속히 강한 후진 기관을 사용하는 등 충돌을 피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형법에서 정한 `파괴'란 교통기관으로서의 기능 전부나 일부를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파손을 의미하는데, 허베이호는 충돌로 인해 3개 유류탱크에 구멍이 한군데씩 생기고 위성통신 안테나와 행해등 등이 파손된 정도에 불과하다"며 업무상 과실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조씨 등은 2007년 12월7일 오전 7시6분께 삼성중공업 해상 크레인을 적재한 1만1천800t급 부선을 이끌고 인천에서 거제도로 향하던 중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방 5마일 해상에서 14만6천t급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충돌, 원유 1만2천547㎘를 해상에 유출해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 피해를 낸 혐의로 작년 1월21일 기소됐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