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5명 목숨 건져..렌터카서 연탄 6장 발견
"연탄.화덕 구입 또는 혼숙 등 의심나면 신고"


최근 강원도 내에서 3차례의 연쇄 동반자살로 남녀 11명이 사망한 가운데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남녀 5명이 네번째 동반자살을 기도하다 홍천의 펜션 주인의 신고로 목숨을 건졌다.

이번 사건은 연쇄 동반자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기도된 동반자살을 숙박업주의 세심한 관심으로 예방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22일 오후 7시 25분께 홍천군 서면 팔봉리 모 펜션에서 이모(25.울산시) 씨 등 남성 3명과 유모(16.여.충남 공주시) 양 등 여성 2명이 동반자살을 기도하려다 펜션 업주 홍모(50.여)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저지당했다.

홍 씨는 "최근 동반자살 사건이 잇따라 관심을 기울이던 중 어린 나이로 추정되는 남녀 5명이 투숙하려고 찾아온 것을 이상한 생각이 들어 거절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홍 씨의 신고를 받고서 지역 내 숙박업소 등 1천여 곳에 '회색 렌터카.남성 3명, 여성 2명 투숙자 신고 바람'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문자메시지가 발송된 지 30여분 뒤 같은 지역 인근의 또 다른 펜션 업주로부터 '남녀 5명이 투숙해있다'는 추가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이 씨 등이 타고 이동한 렌터카 트렁크와 펜션 객실에서는 각각 연탄 6장과 번개탄 6장이 발견됐다.

조사결과 이들은 지난 21일 인터넷 자살관련 사이트에서 쪽지를 주고받으며 알게 됐으며, 이날 낮 12시께 경기도 모 지역에서 만나 차량을 빌리고 연탄 등을 구입한 뒤 오후 7시께 홍천에 도착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펜션 업주의 세심한 관심이 5명의 소중한 목숨을 건진 셈"이라며 "잇따른 동반자살로 민감한 시기인 만큼 연탄이나 화덕을 구입하거나 남녀 집단 혼숙 등 이상한 점이 있으면 즉시 경찰관서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은 가정불화와 우울증 등을 비관하던 이들이 최근 잇따른 동반자살과 유사한 수법으로 자살하려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이 자살의 실행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조사 후 가족들에게 인계할 방침이다.

한편 지난 8일 정선의 한 민박집에서 남녀 4명이 동반자살한데 이어 15일 횡성의 펜션에서 남녀 투숙객 5명이 동반자살을 시도해 4명이 숨졌고, 17일에는 인제에서 남녀 3명이 숨지는 등 열흘사이 11명의 남녀가 동반자살로 목숨을 잃었다.

(홍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j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