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해서 탈주"..의정부서 노숙생활하다 자수전화
경찰, 도주 행적 등 조사후 구속영장 신청키로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서 탈주했던 홍덕기(25)씨가 탈주 열흘만인 22일 경찰에 자수했다.

홍씨는 이날 오후 4시35분께 공중전화로 남대문서로 전화해 "나를 데려가라"며 자수의사를 밝혔으며, 20분 뒤인 오후 4시55분께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의 한 상가 화장실 앞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홍씨의 전화를 받은 직후 위치를 파악해 관할 호원지구대 경찰관들이 그를 체포했다"고 전했다.

홍씨는 횡령과 절도 혐의로 구속수감돼 있다가 지난 12일 오전 공범 이모(36.탈주 당일 검거)씨와 함께 탈출한 이후 경찰의 공개수배를 받아 왔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는 탈주 직후 경찰서 인근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중랑구 면목동으로 이동한 뒤 이씨와 헤어졌으며, 이후 애인이 살고 있는 송파구 방이동으로 갔지만 경찰 수사망을 우려해 만나지 않은 채 다시 택시를 타고 의정부로 넘어갔다.

홍씨는 구속수감될 당시 옷 속에 숨겨뒀던 13만원 정도의 돈으로 이후 이틀 동안 모텔에서 지내다 3일째부터는 공중화장실 등지에서 노숙 생활을 했으며, 끼니는 슈퍼마켓 등지에서 산 빵으로 때워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홍씨는 탈주기간 지인들에게 전혀 연락을 하지 않고 인터넷도 사용하지 않는 등 철저하게 수사망을 피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그동안 홍씨의 고향인 강릉과 애인이 살고 있는 방이동, 함께 탈출한 이씨가 붙잡혔던 구리 등 3곳을 유력한 은신처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하지만 경찰은 홍씨가 자수할 때까지 홍씨의 행적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데다 최근에는 강릉의 한 펜션에 홍씨가 숨어들었다는 제보에 따라 이곳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등 `헛다리' 수사를 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폐쇄공포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홍씨는 이날 오후 8시께 남대문서로 이송된 뒤 "답답해서 충동적으로 (유치장에서) 탈출했다"며 "경찰의 수사가 좁혀오면서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다.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홍씨를 상대로 탈주 경위와 탈주 후 행적 등을 조사한 뒤 23일 오전 기존 혐의에 특수도주 혐의를 추가해 새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