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이인규 검사장)는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와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하기에 앞서 22일 서면질의서를 먼저 발송했다고 밝혔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조사시간을 단축하고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직접 조사 전에 쟁점사항을 정리해서 서면조사를 먼저 하기로 했다"며 "가급적 주말까지 답변을 받은 뒤 내용을 검토해 소환 일정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참여정부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문재인 변호사와 협의해 질의서를 이메일로 발송했으며 원본은 이날 중 수사관이 직접 노 전 대통령 측에 전달키로 했다.

A4용지 7장의 서면질의서에는 박 회장에게서 노 전 대통령 주변에 건네진 100만 달러와 500만 달러, 정상문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이 빼돌린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천만원 등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관계와 그동안 언론에 알려진 쟁점 등을 두루 질문항목으로 담고 있다.

다만, 결정적인 내용은 소환조사 때 직접 묻기 위해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 기획관은 "소환조사 전 단계로 서면질의서를 발송한 것이고 질문할 분량이 많다.

질문 방식은 수사에 필요한 방식대로 했다"고 설명했다.

질의서에는 서울중앙지검에서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해 수사 중인 국가기록물 유출 사건과 고(故)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유족이 제기한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내용은 포함하지 않아 박 회장 관련 뇌물 사건만 조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검찰은 정치일정과 관련 없이 노 전 대통령의 답변 내용을 검토하고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소환일정을 확정하겠다고 밝혔으나 4.29 재보선 이후 한 차례 소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검찰은 전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구속한 정 전 비서관을 이날 오후 불러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너간 600만 달러와 횡령금 12억5천만원의 성격 등을 집중 조사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2007년 6월29일 박 회장으로부터 100만 달러를 받아 대통령 관저로 전달한 정확한 경위와 작년 2월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500만 달러를 송금하는 과정에 관여한 정도 등을 캐물었다.

특히 검찰은 600만 달러가 모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포괄적 뇌물'이라고 보고 이를 뒷받침할 정 전 비서관의 진술을 받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전결권을 쥐고 대통령 지시에 따라 한 해 110억원의 특수활동비를 꺼내 썼고 지출 내역을 대통령한테 보고해야 하는 점에 주목,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 조성 과정에 묵시ㆍ명시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그러나 12억5천만원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뒤 주려고 만든 돈인데 노 전 대통령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정 전 비서관이 빼돌린 돈을 청와대 직원을 통해 넘겨받아 채권이나 주식, 상가 형태로 관리한 지인 두 명을 불러 조사하면서 정 전 비서관의 차명계좌가 더 있는지도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2006년 미국에 체류하던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 부부가 외화를 송금받은 내역도 살펴봤으나 특이점은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이한승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