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에서 사람들은 남들이 원하는 일을 해야 소득을 얻는다. 사람들이 가장 염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큰 돈을 벌지만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은 고생만 하고 얻는 게 없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원하는 일을 보통 사람들은 찾기 어렵지만 유능한 기업가는 전문가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시장경제 체제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능한 기업가가 이끄는 기업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부여된 업무를 수행하면서 소득을 얻는다.

선진국 사람들의 소득 수준이 높은 까닭은 선진국에는 좋은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진국 사람들이 가난한 까닭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일자리를 주는 기업들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GE,마이크로소프트,인텔,듀폰,필립스,도요타,소니,폭스바겐,노키아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들이 하나같이 선진국 기업들인 것만 보아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개발도상국들이 경제발전을 이루려면 무엇보다도 좋은 기업들을 많이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기업들도 세계적 명성을 얻었는데 이것은 한국의 기적적 경제개발이 일궈낸 성과다.

선진국이든 개도국이든 사람들이 소득을 올리려면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그러나 시장경제에서는 개인의 노력에 더해 사람들이 제대로 된 일을 하도록 이끄는 기업가들이 필요하다. 좋은 기업이 없다면 사람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허사일 뿐이다. 개도국의 경제개발 전략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좋은 기업가들을 확보하는 데 성공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는 데는 성공했더라도 좋은 기업가들을 갖추지 못하는 개발전략은 결국 실패하고 만다.

개도국에 모자란 것은 자본과 기술만이 아니라 유능한 기업가다. 사실 유능한 기업가들만 많다면 이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본과 기술을 끌어오고 제품을 생산해 좋은 값에 내다 판다. 그렇다면 빈곤한 개도국들은 없는 기업가들을 어떻게 확보하나?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내국인 인력 가운데 유망한 인재를 선별해 유능한 기업가로 육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외국의 성공한 기업가들을 국내에 유치하는 것이다.

외국인 기업가들을 국내에 유치한다는 말은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한다는 말이다. 소위 국제적으로 유명한 다국적기업들을 유치하면 이들이 자본과 기술을 가지고 와 국내인력을 고용해 일자리를 준다. 그리고 생산제품은 자신들이 이미 개발한 시장에 내다 팔기 때문에 자본,기술,그리고 판매 등 모든 문제를 다국적기업이 다 해결한다. 내국인은 단기적으로는 일자리를 얻고 중장기적으로는 다국적기업 내에서 일하면서 근대적 기업경영 기법을 현장 학습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다국적 기업들을 대거 유치해 경제개발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이에 비해 한국은 내국인 기업가를 육성해 경제개발에 성공한 경우다. 다음 회에는 한국 사례를 살펴보자.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shoonle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