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할 핵심 인물인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21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앞서 검찰이 청구한 영장이 기각된 후 두 번째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정 전 비서관에 대해 청와대 공금 10억여원을 수차례에 걸쳐 빼돌리고 이를 양도성예금증서(CD),무기명채권 등을 사고파는 방법으로 돈세탁을 거쳐 지인들의 차명계좌에 넣어 보관해 온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위반)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정 전 비서관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006년 8월 현금 3억원,2004년 12월 상품권 1억원어치를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도 포함시켰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앞서 자신의 몫이 아니라 권양숙 여사의 것이라고 진술했던 3억원의 출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제3자 명의의 차명계좌를 찾아냈고,여기에 연결된 복수의 차명계좌도 파악했다. 정 전 비서관 역시 이 부분에 대해 모두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3억원과 상품권 1억원어치의 성격과 관련,정 전 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을 대리해 태광실업 측에 각종 편의를 봐준 데 대한 일종의 답례로 '포괄적 뇌물'이 확실하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부각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10억원이 빼돌려진 경위가 통상 횡령의 경우와는 다르다고 보고 정 전 비서관에게 차명계좌 명의를 빌려준 지인들을 불러 조사하는 한편 당시 총무비서관실에서 일했던 청와대 전 직원들도 불러 조사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청와대 업무 관련) 예산 항목에 들어가 있는 금액을 빼돌려 차명계좌에 보관한 것"이라면서도 "일반적인 횡령의 양상과 좀 달라 횡령 규모와 용처를 더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빼돌린 금액을 치밀하게 세탁하면서 자금 출처를 감추려 했으면서도 이를 사용하지 않고 차명계좌에 그대로 남겨놓은 점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돈이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정치활동 지원 자금이나 아들 건호씨의 유학 지원금 등 노 전 대통령 측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 전 비서관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이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