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에 대한 형사처벌은 가능할까. 형사처벌을 한다면 타당한 것인가. 거짓말이 '박연차 게이트'와 '미네르바 사건'을 아우르는 법의 딜레마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구속됐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1심에서 무죄선고를 받고 풀려난데다 검찰이 권양숙 여사의 '3억원 수뢰' 진술을 거짓말로 결론내렸으면서도 법제 미비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어서다. 검찰은 이들의 '거짓말'이 공익을 침해하거나 정당한 수사를 방해한다는 입장이지만,현재로서는 '표현의 자유'나 '자기방어권' 등 국민의 기본권리 행사라는 법리가 우세하다.

◆'공익' 개념 모호…유죄 입증 쉽지 않아

검찰이 미네르바 박대성씨에 대해 적용한 범죄 혐의는 '허위 사실 유포죄'로 불리는 '전기통신기본법 47조1항'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법원은 지난 20일 판결에서 박씨가 '허위의 통신',즉 인터넷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한 점은 인정했다. "정부가 금융기관 등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는 긴급 공문을 전송했다"거나 "외환보유액 부족으로 인해 외화예산 환전업무를 중단했다"는 박씨의 글을 사실무근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공익을 해할 목적'에 대해서는 "고의가 없었다"며 무죄판결을 내렸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같이 첨예한 법원과 검찰의 입장 차이는 '공익'이라는 모호한 단어에 기인하는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는 "공익 침해라는 모호한 이유로 허위 사실 유포를 처벌하는 법률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 법률로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며 "범죄 구성 요건 입증 책임이 있는 검찰도 개념의 모호함 때문에 유죄 입증이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이 조항은 지난해 12월 헌법소원이 제기 된 상태지만 옹호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법적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범죄나 공공질서의 교란,국가 질서 파괴의 선동은 명확한 공익의 침해"라며 "(전파력이 강한) 인터넷의 특성상 그 해악성이 심대해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법방해죄…'자기방어권' 침해 우려

인터넷 상에서의 의견 개진과는 달리 검찰 수사 과정에서 한 거짓말에 대해서는 국내법이 오히려 외국에 비해 훨씬 느슨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권양숙 여사의 3억원 수뢰와 관련한 '거짓말 논란'이 그 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권 여사가 허위 진술한 것은 외국에서는 사법방해죄로 처벌된다"며 권 여사를 비난했다.

사법방해죄는 수사기관에서 참고인이 거짓말을 할 때 형사처벌하는 제도로,미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 상당수 선진국에서 시행 중이다. 미국은 참고인뿐만 아니라 피의자가 죄를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해도 처벌받는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사법방해죄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사법방해죄에 대한 반대 의견도 강해 실제 도입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피의자가 법정에서 선서하지 않은 이상 자신의 처벌을 피하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은 일종의 자기방어권으로 볼 수 있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서보미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