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원도에서 11명이 인터넷에서 만나 동반자살한데 이어 부산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2명이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지자 경찰이 인터넷 자살만남에 대한 수사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관내에서 20대 남자 2명이 동반자살한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 서부경찰서는 두 사람이 대형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의 지식검색 서비스를 이용해 함께 자살할 상대를 찾은 사실을 밝혀내고 두 사람의 인터넷 사용 내역을 조사할 계획이다.

서부 경찰서 관계자는 21일 "두 사람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수해 어떻게 자살을 준비했는지 조사하고 만약 자살카페에 가입했다면 카페 운영자에 대해서도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경우처럼 사건이 발생한 뒤에는 수사가 가능해도 사전 단속활동을 펼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단속할 대상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 일본에서 건너온 인터넷 자살사이트가 크게 유행했다.

재미삼아 가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실제로 자살사이트에서 만나 함께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지자 큰 사회적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후 `자살사이트'라는 명칭이 널리 알려졌지만 최근의 인터넷 자살만남은 이미 `사이트'의 형태를 벗어났다.

비공개 카페를 운영하거나 인터넷으로 쪽지를 주고받는 은밀한 방식으로 변형된 것.
공개된 사이트의 경우 경찰이 해당 사이트와 개설자.운영자 등을 대상으로 사전단속과 수사가 가능하지만 비공개 카페나 쪽지로 자살을 논의하면 사전 예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비공개 카페는 속을 들여다볼 수 없을 뿐만아니라 실제로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이 운영하기 때문에 존재 자체도 확인하기 어렵다.

만일 자살을 논의한 정황이 의심된다며 경찰이 인터넷 쪽지를 조사하면 당장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게 분명하다.

또 경찰이 열심히 인터넷을 검색해 자살 관련 카페나 사이트를 찾아내더라도 이를 폐쇄하거나 삭제할 권한이 없고 해당 포털 또는 방송통신위원회에 폐쇄를 요청할 수 있을 뿐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사실 인터넷 자살만남과 관련해 경찰이 사전에 할 수 있는 일은 일반 네티즌과 큰 차이가 없다"며 "별다른 권한이 없다보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터넷을 통해 동반자살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도 관련기관에는 이를 막을 권한이 거의 없다보니 사전 예방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장창민(34) 과장은 "현행법상 사건 발생 전 자살 관련 게시물을 올린 사람의 이메일이나 ID, 휴대전화를 추적할 경우 정보통신법에 위배된다"며 "관련기관이 자살 정보를 입수해도 법을 어기지 않는한 손 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의 사생활은 보호받아야 하지만 자살시도가 의심될 경우만으로 제한해 개인의 이메일이나 ID 등을 조사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ind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