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이나 협심증 같은 뇌 · 심혈관 질환은 한국에서 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사망 원인 질환이다. 식생활의 서구화로 혈관이 기름기와 세포 노폐물,염증물질 등으로 막히는 허혈성 뇌 · 심혈관 질환의 사망률이 지난 20년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높은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고혈압,흡연,과음 등 뇌 · 심혈관 질환의 위험 요인을 적극 관리함으로써 치명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뇌심혈관질환의 조기발견을 위해서는 혈액검사와 영상진단장비를 이용한 검사가 필요하다.


◆혈액검사로 혈중지질 염증지표 확인

혈액검사로 먼저 당뇨병 여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심장병은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을 수 있지만 당뇨병이 있으면 언젠가 심장병이 반드시 나타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혈당에 의해 혈관의 탄력성은 줄어들고 노폐물이 잘 끼어 동맥경화와 심장병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복 혈당 및 식후 2시간 혈당을 정상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혈중 지질은 지단백질과 결합된 상태로 존재한다. 그 중 저밀도지단백(LDL) 결합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면 혈관내막에 지방이 들러붙는 경향이 심해져 동맥경화증이 유발된다. 혈중 농도가 100㎎/㎗ 이하면 이상적이며 160 이상이면 위험하다. 피하지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성지방은 주로 음식으로 섭취돼 간과 피하에 저장된다. 중성지방이 분해돼 혈액 속에 지방산이 다량 방출되면 혈액이 끈끈해지므로 동맥경화 위험이 올라간다.

동맥경화에 관련된 인자로는 체내 염증 정도를 반영하는 고감도 C 반응성 단백질(h-CRP),혈전생성을 촉진하는 플라스미노겐활성억제인자1형(PAI-1)과 피브리노겐,호모시스테인,리포단백질a(LPa),크레아티닌CPK 등이 있다. 이들 혈중 농도를 재면 뇌 ·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를 가늠할 수 있다.

h-CRP는 내장비만이 심하고 이에 따라 혈관에 염증이 생길 때 증가하는 지표다. PAI-1과 피브리노겐이 높은 것은 언제든지 혈액이 끈끈해져 굳어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호모시스테인은 엽산 섭취가 부족하고 고지방식과 운동 부족이 겹칠때 증가하는데 심장병 발병을 알리는 단서가 될 수 있다. LPa는 조기 동맥경화의 가족력이 있거나,몸에 이로운 고밀도지단백(HDL) 결합 콜레테롤의 감소 또는 몸에 해로운 LDL-콜레스테롤의 증가가 있을 때 높게 나온다. 30㎎/㎗ 이하로 나와야 안심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심장관상동맥 경동맥 말초동맥 등의 경화나 뇌경색을 의심해볼 수 있다.


◆영상검사로 혈관의 기능 · 구조 이상 발견

운동부하심전도검사는 운동(러닝머신 달리기)이나 약물로 심장의 운동량을 증가시킨 상태에서 심전도와 혈압 맥박 등을 측정,허혈성 심장질환이나 부정맥이 있는지 알아보는 검사다. 협심증 환자의 25~40%, 심근경색증 환자의 20%가량이 정상 심전도를 나타내므로 운동부하심전도검사를 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고 심장질환 치료 후 평가나 운동처방에 필요한 기본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심장초음파 검사는 심장에서 반사 · 굴절된 초음파를 이용해 얻은 영상으로 심장의 구조적 이상(심실중격결손증 심장판막증 심근비대증 등)과 기능성 이상(협심증 심근경색 심장내막염 등),혈류 상태 등을 파악한다.

심장 혈관에는 콜레스테롤 염증물질 등이 들러붙어 오랜 시간이 지나면 딱딱하게 굳어져 석회화병변이 되는데 간단한 3차원 관상동맥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최신 64채널 이중 CT는 맥박수에 관계없이 심장 등 움직이는 장기를 촬영해 입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초기 협심증과 같은 심장관상동맥질환을 검사 당일에 감별해낼 수 있다. 과거에는 심장관상동맥 상태를 보기 위해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같은 어려운 검사를 시행했으나 지금은 CT로 점차 대체되고 있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은 자기 공명현상을 이용해 인체를 구성하는 물질을 측정해 컴퓨터로 인체를 영상화한 것으로 내부장기 및 혈관의 병변을 확인함으로써 뇌종양 뇌경색 뇌출혈 뇌위축증 뇌수두증을 확인하는데 유용하다. 최신 1.5T(테슬러)급 MRI는 30분 이상 걸렸던 기존 검사를 5분만에 끝내게 해준다.

그러나 MRI만으로는 뇌혈관에 대한 정밀한 검진이 미진할 경우에는 MRA를 통해 뇌혈관의 기형,동맥경화,동맥류를 파악한다. MRA는 심장과 관련,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의 발생 여부와 위치를 확연하게 알 수 있게 한다.

경동맥 초음파는 경동맥(뇌로 향하는 목의 대혈관)의 혈류 속도나 협착 정도를 알 수 있다. 경동맥이 점차 좁아지는 협착증을 방치하면 뇌로 가는 혈액공급이 감소하거나 뇌혈관이 막혀 허혈성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즉각 조치에 나서야 한다. 동맥경화도 검사는 팔과 다리의 혈류 변화를 관찰해 동맥경화 여부를 진단한다. 또 동맥의 두께와 경화도를 신속하게 측정해 주는 'VP1000'기기도 나와 있다.

이 밖에 심장칼슘 CT (EB CT)가 있다. 관상동맥의 석회화 정도를 확인해 동맥경화 진행상태를 알려주는 검사다. 심장을 CT로 검사한 후 3차원으로 재구성해 관상동맥과 여기서 갈라져 나온 혈관의 석회화량을 합산하고 측정값을 성별 및 연령대별 기준치에 비교해 결과를 산출한다.

당뇨병 고혈압 흡연 고지혈증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뇌 · 심혈관 정밀검진을 함께 받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최근 심장검진 또는 뇌정밀 검진을 받았다면 하지 않은 검사를 따로 하는 게 시간과 비용상 유익하다. 또 가족력에서 뇌졸중이 있으나 심장질환은 없다든지,반대로 심장질환은 있으나 뇌졸중이 없으면 가족력이 있는 것만 따로 받는 게 돈과 시간을 절감하는데 도움이 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송호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