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삭제 요청할 뿐…단속의 한계"

인터넷의 자살 관련 사이트를 통해 만난 연탄가스 동반자살이 강원에 이어 부산에서도 발생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산되자 경찰이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강원지방경찰청은 최근 정선, 횡성, 인제에 이어 부산까지 남녀 13명이 유사한 방법으로 동반자살 하자 20일 자살 관련 사이트에 대한 검색 강화와 해당 포털 등에 폐쇄 및 삭제를 적극 요청키로 하는 대책을 내놨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 이전에 경찰의 자살 관련 사이트에 대한 폐쇄 및 삭제 요청 등 사전 예방활동은 과연 얼마나 이뤄졌을까.

강원경찰이 지난해 도내 사이버 명예경찰인 '누리캅스' 등의 활동을 통해 해당 포털이나 방송통신위원회에 폐쇄와 삭제 요청한 불법 및 유해사이트는 32건으로 전년(2007년) 21건에 비해 11건이 늘었다.

그러나 폐쇄 및 삭제 요청된 이들 사이트는 대부분 불법.유해 사이트다.

이번에 문제된 'sucide04' 등과 같은 자살 관련 사이트에 대한 폐쇄 및 삭제 요청은 공식 통계조차 잡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현황 파악은 물론 사전 예방활동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불법.유해 사이트는 각종 범죄와 연관성이 있어 범인 검거에 중요한 증거와 단서로 활용되지만, 자살 관련 사이트는 범죄 관련성을 찾기 모호하다는 점 때문에 해당 포털의 자체 정화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문제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동반자살이 사회적으로 문제화 되고서야 '사후약방문' 식의 뒷북 단속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경찰은 실제로 이날 하루 동안 5건의 자살 관련 사이트 등을 찾아내 폐쇄 및 삭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해당 포털 등에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이 자살사이트를 찾아내더라도 폐쇄와 삭제 권한은 없고 해당 포털 등에 요청만 할 수 있고, 인터넷 카페 내에서 '쪽지' 형태라는 개인의 사적 영역을 통해 연락하는 점도 경찰의 예방활동을 무기력하게 하고 있다.

강원지방경찰청 허행일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경찰은 불법.유해 사이트는 물론 자살 관련 사이트를 적발하더라도 폐쇄 및 삭제 권한이 없다"며 "일반 누리꾼과 별반 다르지 않은 처지다보니 단속 활동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당 포털과 방송통신위원회에 요청하더라도 실제 폐쇄 및 삭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점이 있어 이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덧붙였다.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j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