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하남산단내 전자부품업체인 K사는 고질적인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신용보증기금에 운영자금 2억 보증을 신청했다가 딱지를 맞았다. 올들어 불황속에서도 매출이 증가하는 등 성장가능성을 평가받았으나 4대보험 및 주거래은행 이자 연체기록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회사 사장 박모씨는 “정부가 정책자금을 대폭 늘려 지원한다고는 하나 담보능력 등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며 “중소기업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자금지원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산단내 전자부품업체인 M사는 원청업체인 모 대기업이 최근 신제품 개발 참여를 요청받아 새로 20억원을 들여 생산설비를 확충했다. 그러나 시제품생산까지 마친 원청업체가 시장호응도가 낮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신제품개발을 ‘없던 일’로 돌리면서 생산설비가 애물덩어리가 되는 피해를 입었다. 업체사장 김모씨는 “만사를 제쳐두고 새로운 납품처를 찾느라 전국을 다녔지만 헛수고”였다며 “협력업체를 멍들게 하는 이같은 불공정 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광주·전남 중소기업들이 불황에 따른 자금난 심화로 정책자금 지원확대, 한시적 국세감면 등의 정부의 실질적 자금지원을 목말라하고 있다. 또 실질적인 공공구매제도 정착과 함께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 등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남용을 막아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중앙회 광주전남지역본부(본부장 이남희)가 지난달말까지 지역 117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현장방문 및 위기대응 실태조사’를 통해 제기됐다.

20일 중기청 지역본부에 따르면 이번 조사를 통해 응답기업의 73.6%가 지난해 3월에 비해 올 3월의 경영사정이 악화됐다고 대답해 지역경제 침체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움을 겪는 분야(복수응답)로는 ‘대출금·세금·공과금연체’(48.8%), ‘금융권대출 및 보증불가’(36.3%) 등 자금애로가 컸으며, ‘재고과잉’(30.0%), ‘인력과잉’(23.8%) 등에 대한 애로가 뒤를 이었다. 경영상황이 어려워진 주요 원인(복수응답)으로 ‘내수침체’(48.4%), ‘자금조달 곤란’(27.4%), ‘지역경기침체’(27.4%), ‘소비심리위축’(15.2%), ‘환율불안정’(14.8%) 등을 들었다.

지역 중소기업이 바라보는 향후 6개월간의 경기는 중소기업 10개사중 6개사(61.5%)가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좋아질 것’으로 응답한 중소기업은 17.1%에 불과해 향후 경기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중앙정부의 중소기업지원대책에 대해서도 61.6%가 ‘체감하지 못한다’고 응답하였으며, 지방정부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중소기업지원에 대해서도 55.5%가 ‘적정하게 대응하지 못한다’고 응답해 지방과 지방정부의 안일한 상황인식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이밖에 지역업체들은 원자재가와 환율은 올라가는데 몇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정부 조달단가 현실화, 하루만 연체해도 1달~3달 연체료를 납부해야 하는 4대 사회보험 연체료 부과방식 개선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남희 중소기업중앙회 지역본부장은 “지역 중소기업의 경영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곧 지역경제의 침체를 의미한다”며 “정부 및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중소기업 애로를 발굴 해결함으로써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위기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